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고진영이 올해 첫 고국 무대 컷 탈락 위기를 가볍게 넘기며 ‘예선 통과’ 목표를 달성하고 활짝 웃었다.
고진영은 10일 제주 오라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주삼다수 마스터스 2라운드에서 버디 5개를 잡고 보기는 1개로 막아 4언더파 68타를 쳤다. 대회 첫날 1오버파 73타로 부진해 공동 56위로 출발하며 컷 탈락 위기까지 몰렸던 고진영은 중간합계 3언더파 141타를 기록, 순위를 40계단 이상 끌어올렸다.
고진영은 이날 6타를 줄이며 깜짝 단독 선두로 올라선 유해란(10언더파 134타)과 7타 차이가 나지만, 대회 마지막 날 비바람이 예보돼 있어 날씨 변수에 따라 스코어가 요동칠 경우 우승까지 도전해볼 수 있는 분위기를 잡았다.
10번 홀(파4)에서 출발한 고진영은 전반에 버디 2개와 보기 1개로 이븐파를 만든 뒤 후반 5~7번 홀에서 3연속 버디를 몰아쳐 단숨에 3타를 줄였다. 이날 그린적중률을 77.8%를 기록하며 아이언 샷 정확도가 좋아진 것이 주효했다.
이날 오전 조로 먼저 경기를 마친 고진영은 “어제보다 잘 치려고 노력했는데 오늘 좋은 스코어를 내서 기분이 좋다”며 “생각보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어려움이 있었는데 최선을 다해 열심히 쳤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고진영은 “예선 통과가 목표였는데 예선 통과를 할 수 있게 돼 기쁘고 내일 하루 더 칠 수 있어 정말 좋다. 국내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다행이다”라며 “(갤러리의) 힘든 발걸음에 조금이라도 보답을 해드리고 싶어서 굉장히 열심히 쳤던 것 같다”고 만족했다.
고진영의 그린적중률이 높아진 것은 시원하게 날아간 티샷 덕분이었다. 그는 “어제보다 드라이버 거리가 잘 나간 것 같다”며 “어제보다 일관성 있게 나갔고, 그래서 두 번째 샷을 편하게 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시즌 초보다 오히려 거리가 더 늘어나고 있는 비결에 대해서도 “스윙보다 근육량과 민첩성, 순발력 등 더 중요한 것 같다”고 귀띔했다.
사실 고진영의 이번 고국 나들이는 체력과의 싸움이다. 최근 2주 동안 프랑스와 영국을 오가며 메이저 대회를 2주 연속으로 치른 뒤 곧바로 제주 땅을 밟았다. 빡빡한 일정에 시차적응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고진영은 “2주 연속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 경쟁을 하니까 에너지 소모가 두 세 배는 더 드는 것 같다”라며 “추운데 있다가 더운 곳으로 와서 근육이 풀어져 피로가 더 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고진영이 유일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수면시간. 하필이면 숙소에서 단잠을 자야 하는 새벽 시간에 고진영의 호텔방으로 잘못 걸린 전화까지 울려 잠을 설쳤다. 고진영은 “다른 선수들에 비해 시차적응이 더 늦나 보다”라며 “어젯밤 피곤해서 10시쯤 일찍 잤는데 새벽 1시쯤 방에 전화가 와서 깼다. 중국인인 것 같았는데 잘못 거신 것 같았다. 그래서 새벽 3시까지 잠을 못 자고 뒤척였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고진영은 이틀 내내 피로한 기색 없이 미소를 잃지 않았다. 보기로 타수를 잃었을 때도 오히려 밝은 표정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고진영은 “한국에 와서 특별히 더 웃은 건 아니다. 미국에서도 비슷하게 하는데 카메라가 더 많이 비추다 보니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다”며 “조정민 선배도 친하고 캐디백을 매준 후배도 기특하고 그래서 재밌게 치다 보니 밝은 표정이 나온 것 같다”고 가볍게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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