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거킹이 ‘100% 이탈리아산 모짜렐라 자연치즈’란 광고문구를 내세워 신제품 ‘통모짜와퍼’ 흥행몰이에 성공하자마자, 슬쩍 치즈 원산지를 바꿨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관련 법에 따라 버거킹 광고문구가 원산지 표시위반, 허위·과대광고에 모두 해당할 수 있다고 봤다.
12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버거킹은 최근 통모짜 와퍼 시리즈의 주재료인 모짜렐라 치즈 공급처를 변경했다. 이탈리아산 치즈를 직접 매입해왔지만, 기존 버거킹 치즈 납품사 가운데 한 곳인 ‘조흥’의 제품을 받기로 했다.
오뚜기 계열사인 조흥은 냉동피자 등에 사용하는 치즈를 제조하는 노하우가 있다. 문제는 조흥에서 만드는 모짜렐라 치즈에는 ‘이탈리아 산’이 없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조흥의 치즈 원자재 구매사는 미국 2곳, 독일 1곳으로 모두 현지 제조한다.
‘100% 이탈리아산’이란 원산지 광고가 거짓이 되는 셈이다. 버거킹도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실제로 버거킹은 지난 6일 통모짜 시리즈가 3주 만에 100만 개 팔렸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이탈리아산이란 문구를 슬그머니 삭제했다. 공식 홈페이지도 마찬가지다.
‘자연치즈’란 단어도 100%와 결합하면 문제가 된다.
자연치즈는 식약처 식품공전에 따르면 원유 또는 유가공품을 응고시킨 후 유청을 제거한 상태의 원물을 뜻하는 명칭일 뿐이다. 모짜렐라 치즈는 제조공법상 자연치즈로 분류한다. 식품 품목명을 광고에 사용해 다른 업체 제품보다 우수한 것으로 인식하도록 했다는 지적이다. 이는 비방광고에 해당한다.
통모짜 와퍼는 또 모짜렐라 치즈를 기름에 튀겨 패티로 사용한다. 가공과정을 거쳐 튀김옷과 기름 등이 성분으로 남아있기 때문에 100% 자연치즈가 아닌 가공치즈로 보는 것이 맞다고 식약처는 설명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과일주스도 과즙 100% 표기를 할 때 식품첨가물을 반드시 함께 써넣어야 한다”며 “100%란 수식어가 이탈리아산, 자연치즈 둘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모르겠지만, 원산지 변경이 확인된다면 원산지 표시위반이다. 자연치즈는 허위과대광고에 적용된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도 “포장제품을 예로 들면, 원산지를 100%라고 일괄 표기했을 때는 본인이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버거킹이 이 같은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반짝 마케팅을 벌인 것은 ‘매각’을 염두에 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국내 진출 35주년을 맞은 버거킹은 두산에서 2012년 보고펀드(현 VIG파트너스), 2016년 사모펀드 어피니티로 주인이 세 번 바뀌었다. 내년 매각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원가를 절감하고 매출을 극대화해 매각 프리미엄을 높여보겠다는 꼼수로 보인다.
최근 온라인상에서 버거킹이 인기 메뉴에 들어가는 치즈 함량을 줄였다는 얘기도 여기에 힘을 싣는다. 버거킹 내부 운영지침으로 보이는 사진에 따르면 ‘콰트로 치즈 와퍼’, ‘치즈 프라이’ 등 5종에 들어가는 치즈를 각각 4~10g까지 줄이라고 돼 있다.
버거킹 본사 관계자는 “통모짜 와퍼에 들어가는 치즈는 이탈리아산”이라며 “치즈 브랜드는 공개할 수 없다”고 답했다.
햄버거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이탈리아산 치즈 수급이 가능은 하지만 신선치즈는 물류비뿐만 아니라 보관, 재가공도 신경을 써야 해서 어렵다”며 “공급업체를 바꿨는데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외식업체 관계자도 “광고물이 심의를 다 통과했을 텐데, 재료를 바꾼 사실을 소비자만 몰라도 되나”라며 쓴소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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