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는 12일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경제연구원의 '소재·부품산업, 한일 격차의 원인과 경쟁력 강화방안' 세미나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불화수소를 예로 들었다. 불화수소는 형석에 황산을 반응시켜 만든 '무수불산'의 정제 과정을 거쳐 제조된다. 무수불산은 중국에서 주로 생산되는 만큼, 일본을 배제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원재료를 수입해야 한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위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자원 부족국가로서 필요 소재를 수입해야 하므로 완벽한 국산화는 꿈에 불과하다"며 "그보다는 글로벌 무역구조와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각 국가 간 협업 체계를 강화하는 게 소재부품 경쟁력 강화를 위한 효율적인 방향"이라고 제시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한국 반도체가 일본 소재산업에 종속됐다'는 주장에는 정면 반박했다. 그보다는 한국 반도체와 일본 소재 산업 간 관계를 '글로벌 분업과 협업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바라보는 게 올바른 해석이라는 주장이다. 이외 대기업이 중소기업 육성을 회피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일본의 고부가가치 기술을 단기간에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홍배 동의대 무역유통학부 교수는 "일본 소재·부품 산업은 고도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 비해 우리나라의 소재·부품 산업은 중기술 개발에 치우쳐 있다"며 "10년 안에 한국의 기술 수준이 일본의 99.5%까지 높아져도, 남은 0.5%의 차이가 일본의 핵심 경쟁력으로 존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중기술 품목 중심의 생산협력 외 기술투자 민관 협력, 공동법인 설립 등을 제시했다.
한일 소재부품 산업 격차의 원인으로 규제 차이도 언급됐다. 곽노성 한양대 과학정책학과 특임교수는 "일본 화학물질관리법은 562종을 관리하는 반면, 한국 화관법은 1940종 이상을 관리해 3.5배가량 차이가 난다"며 "관련 법률의 전면 재정비와 화학물질 규제를 일본 수준으로 완화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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