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직원이 홍콩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캐세이퍼시픽항공의 모회사 회장이 중국 관련 당국을 찾아 사죄했다.
중국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고 불매 운동까지 확산하자 사실상 백기 투항을 한 것으로 보인다.
13일 관영 환구시보 등에 따르면 중국 민용항공국(민항국)은 전날 추이샤오펑(崔曉峰) 부국장이 멀린 스와이어 스와이어퍼시픽 회장을 접견했다고 밝혔다.
스와이어퍼시픽은 영국계 다국적 기업인 스와이어그룹의 홍콩 자회사로, 캐세이퍼시픽 지분 4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스와이어 회장은 그룹 오너 일가다.
스와이어 회장의 민항국 방문 목적 및 접견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홍콩 시위 연루설에 대해 해명하고 사과의 뜻을 전했을 가능성이 높다.
캐세이퍼시픽은 지난 5일 홍콩에서 벌어진 총파업 시위에 직원들이 대거 참가하면서 중국 정부의 타깃이 됐다.
민항국은 지난 9일 성명을 통해 시위 참여 직원을 중국 본토 비행에서 배제하고, 중국 영공을 통과하는 모든 항공편의 조종사 및 승무원 신원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중국 내에서는 캐세이퍼시픽 불매 운동이 거세졌다. 다수의 중국 기업이 캐세이퍼시픽 이용을 금지하는 공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위기감을 느낀 캐세이퍼시픽은 지난 10일 시위에 참여한 직원 2명을 해고하고, 조종사 1명은 업무에서 배제했다.
루퍼트 호그 캐세이퍼시픽 최고경영자(CEO)는 전날 "불법 집회에 참여하거나 지지할 경우 엄중한 결과가 따를 것"이라며 "해고될 수도 있다"는 내부 메시지를 발신했다.
이날 스와이어 회장이 민항국을 직접 찾은 것도 중국 내 비난 여론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다만 서구 언론은 중국 정부의 강압적 조치와 캐세이퍼시픽의 굴복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홍콩 발전과 자존심의 상징이었던 캐세이퍼시픽에 내려진 명령들은 홍콩 기업에 대한 중국의 압력이 커졌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향후 중국 정부가 홍콩의 주요 기업을 상대로 홍콩과 중국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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