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민속박물관이 지난해 ‘면’을 매개로 한 근현대시기 식생활의 변화양상을 조망하기 위해 전국에 걸친 국수 조사를 시작해 ‘한 그릇에 담긴 이야기, 국수와 밀면’ 조사보고서를 발간하고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국수를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역사적 기록과 문헌을 통해볼 때 고려시대 이전부터 국수문화가 있어왔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고려도경’ 등 여러 문헌에서 국수의 역사와 조리방법, 국수의 의미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순 한글의 ‘국수’라는 말의 어원은 아직까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사례편람’, ‘아언각비’, ‘금화경독기’ 등에 ‘국수’를 한자로 국수(掬水)로 표현해 국물에서 젓가락 등으로 움켜쥐어 먹는 면류, 또는 젓가락 등으로 움켜쥐어 먹는 면류 음식 이름으로 해석해 표기한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 문헌에 면에 대한 기록이 처음 등장한 것은 고려시대지만, 많은 사람들이 국수를 일상적으로 즐겨 먹게 된 시기는 한국전쟁 이후, 지금으로부터 약 70년 정도에 불과하다. 국수는 이처럼 짧은 기간 동안, 쌀 생산이 부족했던 시기에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한 저렴한 식사로 시작해 점차 부식에서 주식과 일상식으로 자리잡았다.
국수가 지역별로 발달하는데 영향을 준 것은 국수공장이다. 1970~1980년대까지 읍면단위에는 한 곳 이상의 면을 뽑는 국수 공장이 있었다. 국수공장들은 소규모로 국수를 생산해 최고의 맛을 내는 국수를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다양하게 찾아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소규모 국수공장은 지역, 또는 공장에 따라 중면, 소면 등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다양한 국수를 생산했고, 이러한 국수 제면 방법은 지역에 맞는 다양한 국수를 발달시키는데 역할을 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부산에는 피란민이 만든 국수 ‘밀면’이 있는데, 밀면을 판매하는 음식점의 수가 500곳이 넘을 만큼 대표적인 지역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밀면은 경상도 이외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에게는 생소한 음식이다. 서울 곳곳에 국수나 냉면을 판매하는 식당이 있지만, 밀면 음식점은 적은 편이다. 밀면 맛이 강하고 자극적이어서 그렇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산 밀면의 유래는 세 가지로 가장 잘 알려진 이야기는 북한에서 피난 온 피란민들이 냉면을 그리워하여 냉면을 대체할 음식으로 고안했다는 것이다. 메밀가루나 감자 전분을 구하기 힘든 상황에서 구호품으로 받은 밀가루로 냉면을 만들어 먹었다는 이야기다. 두 번째는 부산 우암동에 있는 내호냉면에서 밀면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피란민 출신이 차린 내호냉면에서는 고구마 전분으로 만든 함흥식 국수인 농마국수를 팔았는데, 전분을 구하기 어려워 당시 보급품이었던 밀가루로 만들어 판매했던 국수가 최초의 밀면이라는 이야기다. 마지막은 진주에서 즐겨 먹던 해산물을 이용해 육수를 낸 밀국수에서 유래됐다는 것이다. 1925년 경상남도청이 진주에서 부산으로 이전하면서 진주 밀국수가 부산으로 전해졌다는 설이다. 세 번째 진주 밀국수 유래설은 현재의 밀면과 많은 차이가 있어 가능성이 가장 희박해 보인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밀면은 피란민이 만든 것이 시작이지만 현재는 부산 사람들이 즐겨 먹으며, 부산을 대표하는 향토음식 12종류 중 첫 번째로 자리 잡았다.
박물관은 이 보고서 발간을 위하여 1년 동안 제주도를 포함한 전국 각 지역을 돌아다니며 지역 고유의 국수와 이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조사․기록했다. 문헌을 통해 국수의 유래와 국수 관련 주요 사건에 대해 기록‧정리하고, 국수 제면 방법과 이를 만드는 사람들, 이를 즐기는 지역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부산의 경우, 밀면과 밀면 가게에 대한 심층 조사를 통해 ‘피란 수도 부산’의 형성과 전개, 새로운 유입과 적응에 대한 이야기를 부산 사람들의 생활상과 함께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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