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이 마비되는 등 격렬한 시위가 확대되는 가운데 한국인 1명이 홍콩 경찰에 체포된데 이어 일부 한국 교민, 유학생들이 이번 시위에 조직적으로 참여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한·중간 외교적 마찰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홍콩 시위 진압에 중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방송사인 CNA(Channel News Asia·채널 뉴스 아시아)가 13일 오후 홍콩국제공항 시위 현장을 생방송으로 내보낸 화면에 한글로 “홍콩 경찰 발포에 여성 시위대 눈 멀어”라고 적힌 피켓이 등장했다.
또 피켓 뒷면에도 “홍콩 경찰 실내 최루탄 발포로 시민들 위협”이라는 한글 문장이 선명히 적혀 있었다. 아래 편에도 작은 글씨로 시위 상황을 적은 한글이 있었지만 화질이 흐려 무슨 내용인지는 파악하기 힘들었다.
홍콩국제공항 체크인 카운터 입구에에서 생방송을 진행한 웨이 두 기자는 "공항 당국이 터미널 운영을 중단했다. 정치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더 많은 사람들이 공항 터미널에 모였다. 많은 비행편들이 취소되고 연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두 기자는 그러나 한국인 시위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1997년 영국은 중국에 홍콩을 반환했다. 아편전쟁 패전 후 1842년 중국-영국간 난징조약으로 홍콩이 영국에 할양된 지 155년 만에 홍콩이 다시 중국 땅이 된 거다. 그러나 여전히 홍콩은 중국으로부터 사실상의 독립과 자치를 인정받은 특별한 지역이다.
홍콩인들의 시위는 이런 '특별함'을 훼손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항의에서 비롯됐다. 친중(親中) 홍콩행정청이 홍콩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중국, 대만 등에도 범죄자를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송환법을 추진하면서부터다. 지난 6월부터 이 법이 중국에 반대하는 반체제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14일 기준 사흘째 홍콩국제공항은 사실상 마비된 상태다.
앞서 지난 5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경찰은 전날 새벽 몽콕에서 송환법 시위대를 해산하는 과정에서 홍콩에서 일하는 한국인과 필리핀인 등 외국인 2명을 체포했다.
홍콩 경찰에 체포된 한국인은 홍콩에서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던 26세 남성인데, 취업비자 소지자로 알려졌다.
체포 이후 주홍콩 총영사관은 “홍콩에 체류하거나 방문하는 우리 국민은 시위장소 방문을 피해 달라”며 “부득이하게 시위장소 인근을 방문할 경우 검은 옷에 마스크를 착용하면 시위대로 오인당할 수 있고, 시위 장면 등을 촬영하면 시위대를 자극할 수 있으니 이 점에도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홍콩 주재 한국총영사관에 따르면 2018년 기준 1300명의 학생을 포함해 1만8654명의 한국인이 홍콩에 살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