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류준열(33)은 영화 '봉오동 전투'(감독 원신연)에서 독립군 분대장 이장하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빠른 발과 정확한 사격 솜씨로 독립군을 이끄는 그는 임무를 위해서라면 목숨도 아까워하지 않는 그는 죽음을 불사하고 돌진하는 성격 때문에 매번 부하들을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인물이다.
"독립군 그 자체다. 두말할 필요 없이 장하를 200% 이상 소화했다"는 원신연 감독의 말이 허투루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류준열은 시나리오 속 이장하를 있는 그대로 살려냈다.
데뷔작 '소셜포비아'부터 '택시운전사' '독전' '뺑반' '돈'에 이르기까지 류준열은 언제나 캐릭터에 관해 깊은 고민을 던지고 탄탄하게 인물을 쌓아왔다. '봉오동 전투' 이장하 역시 마찬가지. 류준열만의 감성과 이해가 더해진 '봉오동 전투' 이장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음은 아주경제와 만나 인터뷰를 가진 류준열의 일문일답이다
- 영화 촬영을 마치면 현장이 어땠는지 다 잊어버리는 스타일이다. 그냥 '덥고, 추웠던 거 같다···' 정도. 하하하. 7월에 크랭크인해서 1월에 크랭크업했는데 덥고, 춥고를 떠나 바람을 계속 맞으니 어지럽더라. 제주도 바람이 지독했다.
감독님이 '체력 보고 캐스팅했다'고 하던 말이 농담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 평소 축구를 즐겨 하니까. 기초 체력은 자신 있다. 감독님도 '힘들어도 괜찮지? 준열 씨는 괜찮잖아'라고 농담할 정도다. 재밌게 뛰었던 거 같다. 그런데 저보다 (유)해진 선배님이 워낙 잘 뛰시니까. 잠깐 힘내는 사람과 평생 산에서 보낸 사람은 확연히 다르더라.
산에서 홀로 달리는 신이 인상 깊었다. '발 빠른 장하'라는 캐릭터 소개를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 독립군 안에서 가장 빠르다는 설정이다. 절벽도 막 뛰어다녔다. 그런 모습 덕에 캐릭터 설정이 잘 살지 않았을까? 절벽을 뛰어다니는 장면은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경사가 가파르니까. 와이어 작업을 해서 위험하지는 않았다.
류준열이 생각하는 '이장하'의 키포인트는 무엇이었나. 연기적으로 주안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 군인으로서 이장하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절벽을 달리는 신이 그래서 중요했다. 제가 생각하기에 장하는 절벽을 달리더라도 앞만 보고 질주할 거라는 느낌이 들더라. 산이니까 앞만 보고 달리면 헛발질도 하고 발목이 돌아가기도 한다. 그래도 같이 일하는 팀이 발목에 신경을 많이 써줘서 다치지 않았다. 압박붕대로 고정하고 내내 달렸다.
이장하는 말보다 눈빛, 표정으로 표현해야 했는데
- 시나리오에 장하를 표현하는 말이 '맑은 눈빛'이었다. 장하를 수식하는 말 자체라고 생각했다. 시나리오 중에 '맑은 눈의 장하가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는 부분을 보고 그 커트가 장하를 표현하는 제일 중요한 신이라는 느낌이더라.
그렇다면 류준열이 생각하는 이장하의 핵심 키워드는 무엇인지?
- 이장하, 그 자체다. 이장하라는 이름 자체가 주는 힘이 있지 않나. 이장하, 그 이름 석 자가 제게 크게 다가오더라. 태생이 독립군일 거 같은 느낌도 들고. 하하하.
'택시운전사' 이후 유해진과 다시 만났다
- 이번에 아주 친해졌다. 알고 지내던 동네 형 같은 느낌도 든다. 장난도 많이 치고 주고받는 호흡도 좋아졌다는 생각이 들더라. (유)해진 선배는 계속계속 함께 작품을 하고 싶은 사람이다. 매력적이고 남자로서도 멋지다.
'봉오동 전투'는 "모두의 싸움, 모두의 승리"라는 말을 내걸 정도로 한 인물이 아닌 독립군 전체를 조명하고자 했다. 이런 설정이 연기에도 차이점을 주나?
- 모든 배우들이 포커스 자체를 자기에게 맞추지 않았을 거다. 연기를 잘하는 선배들도 발란스를 맞춰서 과한 장면이나 대사를 빼기도 했다. 한 명이 만드는 게 아니라 여러 명이 만든다는 게 의미가 깊었다. '고생 많이 한 것 같다'는 말이 곧 스태프들의 노고까지 드러난다는 이야기니까. 관객들에게도 그런 부분이 보여지길 바란다.
'봉오동 전투'나 이장하 캐릭터에 개인적으로 아이디어를 낸 부분도 있나?
- 인물에 관한 고민이 많았다. 그간 찍은 영화 중 가장 대화를 많이 한 거 같다. 마적 출신과 다르게 정규 훈련을 받아서 그런 점을 표현하는 것도 신경을 많이 썼다. 예컨대 부산을 간다고 하면 남들은 보통 휴게소도 가고 호두과자도 먹고, 라면도 먹고 여기저기 둘러본다면 이장하는 정말 앞만 보고 가는 타입이라고 할까. 그런 부분이 인간적으로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독립군으로서는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감독님께서도 '장하는 앞만 보고 달리는 인물'이라고 했는데 그 말이 마음에 남더라. 처음엔 아니었는데 감독님에게 설득당한 거다. 하하하.
류준열이 생각하는 이장하의 매력은
- 개인적으로 자평하자면 독립군의 또 다른 모습으로 이장하가 주는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모습이 목숨을 잃는 걸 알면서 작전에 참여하는 모습을 표현하는데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
올해도 '돈' '뺑반' '봉오동 전투'까지 쉼 없이 달렸다. 차기작은?
-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작품들은 있는데 아직 결정된 건 없다. 그 부분에서는 팬들한테도 너무 죄송하다. 작품을 기다려주시는 분들 입장에서는 차기작이 결정되지 않으니까 무슨 문제가 있나 싶은가 보다. 그런데 정말 그런 문제는 하나도 없다. 다만 더 좋은 작품으로 찾아뵈려고 고민하고 있을 뿐이다. 계속 나오다가 안 나오니까 (팬들이) 속상한 듯하다. 하하하. 곧 좋은 작품으로 돌아오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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