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시장화 개혁··· 기준금리 인하 대체 효과 기대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17일 웹사이트를 통해 대출금리 시장화 개혁을 추진한다며, 대출우대금리(Loan Prime Rate·LPR) 제도 개혁을 완비해 기업들의 실질적인 자금조달 비용을 낮추겠다고 밝혔다.
LPR은 시중은행들이 우수 고객에게 적용하는 우대 금리로, 2013년 처음 도입됐다. 대형 상업은행이 LPR을 정하면, 은행이 대출을 해줄 때 고객 신용도에 따라 LPR 기준으로 대출 금리 폭을 높이거나 낮춰서 적용하는 식으로 운용돼 왔다. 다만 LPR이 대출 기준금리 수준과 사실상 비슷해 무용지물이란 지적이 나왔다. 인민은행은 LPR 제도를 한층 더 보완해 사실상 대출 기준금리를 대체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인민은행 산하 전국은행간거래센터는 오는 20일부터 매달 20일 오전 9시 30분(현지시간) 웹사이트를 통해 LPR 중간가를 발표한다.
LPR 중간가 산정에는 모두 18개 은행이 참여한다. 대형 상업은행 10곳 이외에 시티은행, 스탠다드차타드은행 등 외국계 은행 2곳, 텐센트 위뱅크와 알리바바 마이뱅크 등 민영은행, 농촌 상업은행 등 8곳이 추가됐다.
이들 18개 은행이 자체적으로 공개시장운영 금리, 특히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에 기반해 산정한 LPR을 보고하면, 인민은행이 최저가와 최고가를 뺀 나머지로 평균값을 산정해 LPR 중간가를 발표하게 된다.
중국의 각 은행들은 20일부터 신규 대출상품은 인민은행이 고시한 LPR을 기준으로 금리를 정해야 한다. 기존 대출상품은 그대로 운영하되, 변동금리 대출 상품은 LPR 중간가를 기준으로 금리를 책정해야 한다.
인민은행은 당장은 1년물 LPR만 발표하지만, 앞으로 만기 5년 이상의 LPR도 추가해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또 인민은행은 각 은행들이 암묵적으로 대출금리 하한선을 설정하는 등의 금리 담합 행위를 엄격히 금지할 것이라고 했다. 또 각 은행이 LPR 기준에 얼마나 잘 따르는지, 대출금리를 얼마나 낮추는지 등을 은행 거시건전성평가(MPA) 기준에 넣겠다고 했다.
◆무역전쟁·경기하방 압력 속 기업 차입비용 낮출까
중국의 이 같은 대출금리 시장화 개혁 방침은 최근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중국 내 경기하방 압력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올 2분기 중국 경제성장률은 6.2%로, 전 분기의 6.4%보다 더 낮아져 분기별로는 27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14일 발표된 7월 산업생산 증가율은 4.8%로 2002년 이후 약 17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고,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3개월째 위축세를 이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추가 관세폭탄이 투하되면 중국 경제의 성장률은 더 가파른 하락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시장에서는 중국이 기준금리 인하 같은 공격적인 경기부양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하지만 중국 지도부는 그동안 부채위기 고조를 비롯한 부작용을 우려해 기준금리 인하에 신중한 입장이었다. 이에 따라 중국의 기준금리인 1년 만기 대출금리는 4.35%로, 2015년 10월 이후 약 4년간 줄곧 동결돼 왔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이번 대출금리 시장화 개혁을 통해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고도 실질적으로 시중 대출금리 인하를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탕젠웨이 교통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 통신을 통해 "공개시장 운영금리는 인민은행이 조정하는 것인 만큼, LPR 제도 완비는 사실상 금리인하 가이드라인을 세운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다이즈펑 중타이증권 애널리스트도 "LPR 개혁은 대출금리 인하를 유도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진단했다.
다만 LPR 제도 개혁으로 시중 대출금리가 더 낮아질 수는 있지만 실제로 기업의 차입 비용 절감 효과로 이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인민은행이 지난해부터 수 차례에 걸쳐 은행권 지급준비율(지준율) 인하를 단행하고, 다양한 통화수단을 동원해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음에도 기업 차입비용이 여전히 높아 중소 민영 기업들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지난 16일 국무원 상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도 인민은행에 실질 금리를 대폭 낮추기 위한 추가 개혁 조치를 주문했다. 이강(易綱) 인민은행 총재도 지난달 말 중국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현행 기준금리는 적정 수준이라며, 대신 대출금리 시장화 개혁을 추진해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을 낮추는 데 통화정책 초점을 맞출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