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산재 신청도, 인정도 역대 최다...심경우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공단은 노동자의 사회안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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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승일 기자
입력 2019-08-19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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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재노동자 직업복귀율 65%, 5년 내 70% 달성

  • 지난해 업무상 질병 인정률 63.0%, 산재 인정률 91.5% 최대

  • 일자리 안정자금, ‘퍼주기’ 아니라 ‘사회안전망’ 강화

“지난해 산업재해(산재) 신청은 13만8576건으로, 공단 창립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작년 산재 인정 비율은 91.5%로, 노동자 산재 신청 10건 중 9건이 승인받았습니다.”

“지난해 사상 처음 과로사 등 업무상 질병 인정률은 63%, 산재 노동자의 직업복귀율도 65%대를 넘어섰습니다.”

그동안 근로복지공단의 역할과 임무를 가늠할 수 있는 통계 수치들이다.

산재 신청 건수가 늘면서 산재 인정 비율이 증가한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반대였다. 산재 인정 사례가 늘어나면서 노동자와 사업주 모두 산재 신청에 적극적으로 바뀌었다.

산재보험료 증가, 노동자 대체 인력 등 사업주 손실, 사업장에 나쁜 이미지 등을 이유로 산재가 발생했을 때 쉬쉬했던 과거와는 180도 달라진 분위기다.

심경우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은 “노동자들이 일할 권리도 있지만 쉴 권리도 있다. 산재 보장성이 커지면서 노동자들의 권리가 향상됐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안전망이 강화됐다는 것이고, 노동존중사회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라고 평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산재 보장 등 노동자들의 버팀목인 사회안전망을 담당하는 고용노동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2016년 11월 심 이사장이 공단에 취임한 이후 노동자들의 높아진 사회보장성은 이러한 산재 관련 통계가 뒷받침하고 있었다. 사회 분위기가 개선되고 사회안전망이 강화된 것과 비례해 공단은 달라졌고, 위상은 커졌다.

심 이사장 취임 3년여 동안 공단은 사업주와 노동자의 삶 속으로 보다 깊숙이 들어가 있었다.
 

심경우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사진=근로복지공단]

◆산재노동자 직업복귀율 65%, 5년 내 70% 달성

심 이사장은 산재를 당한 노동자들이 재활 치료를 받아 직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공단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자 본질적인 업무라고 했다.

2014년 이전만 해도 30%대에 불과했던 산재 노동자 직업복귀율은 심 이사장이 취임한 2016년 61.9%로 두 배 이상 늘었고, 지난해 65.3%로 증가했다.

심 이사장은 “과거에는 산재 노동자들의 직장 복귀가 안 돼 경력이 단절되고, 재취업도 잘 안 되다 보니 누워서 장애급여를 더 많이 타려고 했었다”며 “국가적으로는 노동력 상실, 개인에게는 삶 자체가 무너지는 것이라 이대로 둘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공단은 산재 노동자들의 재활 치료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산재 후 장애 등급을 받는 사례를 최소화하기 위해 재활인증병원도 2017년 53곳에서 지난해 111곳으로 늘렸다.

산재관리의사(DW)제도를 도입해 산재 노동자의 초기 치료단계부터 직업복귀에 이르는 전 과정에 개입하도록 했다.

이들은 산재 노동자와 함께 '직업복귀계획서'를 짜 시기별·단계별 치료에 들어간다. 목적은 단 하나, 이전 직장에 복귀하는 것이다.

산재 노동자들의 장애가 남는 비율인 장해율은 2015년 41.1%에서 지난해 36.3%로 낮아졌다. 장해율이 낮아진만큼 직업복귀율은 높아졌다.

심 이사장은 “산재 발생 시 보상과 함께 재활치료에 주력한 데는 노동자들이 다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기 때문”이라며 “5년 내 직업복귀율이 선진국 수준인 70%대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심경우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사진=근로복지공단]

◆지난해 업무상 질병 인정률 63.0%, 산재 인정률 91.5% 최대

이달 초 가천대 길병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로 근무하던 중 병원 내 당직실에서 사망한 고(故) 신형록씨에 대해 산재가 인정됐다. 병원 전문의의 과로사를 공단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해 줬다는 점에서 사회적 관심이 컸다.

종전까지 사고로 인한 산재와 달리 과로사 등 업무상 질병은 산재 인정이 쉽지 않고 심의기간도 길어 노동자들이 산재 신청에 부담을 느껴왔던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공단은 업무상 질병에 대해서도 ‘추정의 원칙’을 적용하기로 했다. 작업시간과 노출량에 대한 반증이 없는 한 의학적 인과관계가 있으면 인정해주는 것으로, 그만큼 노동자의 입증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지금까지 사고로 인한 산재 인정이 많았다면 지속된 업무에 따른 질병이나 정신적인 질환 등으로 산재 인정 범위가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그 결과 지난해 업무상 질병 인정률은 63.0%로 2017년(52.9%)에 비해 19.1% 증가했다.

산재 적용 범위도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공단은 지난해부터 1인 미만 사업장, 2000만원 미만 소규모 건설공사 등도 산재보험을 적용하기로 했다. 사회안전망 안에서 보호를 받는 노동자 수가 보다 늘어난다는 의미다.

출퇴근 산재도 지난해부터 업무상 재해로 인정된다.

지난해 발생한 울산 시내버스 전복사고, 전남 영암의 버스 추락사고로 산재를 당한 근로자들이 보상을 받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다만 출퇴근 재해의 경우 시행 초기이다 보니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접수 건수는 6924건에 그쳤다.

심 이사장은 “아직 출퇴근 재해를 산재보험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며 “교통사고도 자동차보험으로 먼저 처리하는 경우가 많은데 산재보험도 함께 신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보험의 경우 입원기간만 휴업보상이 되지만 산재보험은 입원·통원에 관계없이 휴업급여가 지급되고 중증장해에 따른 연금 지급, 재요양 등의 혜택이 있다.

이처럼 산재 인정 사례가 늘어나면서 지난해 산재 인정률은 최대치인 91.5%로 집계됐다.

산재 보험 적용이 확대되면서 산재보험 가입 사업장은 지난해 259만곳으로 전년 대비 8만곳(5.58%) 늘었다. 산재 신청 건수도 13만8576건으로 공단 창립 이래 최고치를 찍었다.

심 이사장은 지난해 도입한 사업주 확인제도 폐지도 산재 신청을 늘리는 데 기여했다고 봤다.

그는 “원래 사업주 확인 없이 산재를 신청할 수 있지만 부담스럽다는 근로자들의 지적을 수용해 아예 없앴다”며 “근로자가 일단 신청하면 공단이 추후에 사업주에게 확인한다”고 말했다.

◆일자리 안정자금, ‘퍼주기’ 아니라 ‘사회안전망’ 강화

지난해 시작된 일자리 안정자금 사업은 어느 정도 안정화되어 가고 있다는 게 심 이사장의 평가다.

일자리 안정자금은 최저임금이 2년 연속 두 자릿수 이상 오른 상황에서 일자리 취약계층의 고용을 돕고, 저임금 근로자의 임금을 지원하기 위해 2조9000억원가량의 정부 예산을 투입한 사업이다.

심 이사장은 지난해 전국을 돌며 영세사업장을 찾아 소상공인들을 만나 일자리 안정자금의 도입 취지와 효과를 설명했다. 특히 그는 고용보험 등 사회보험에 가입해야 일자리 안정자금을 신청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심 이사장은 “처음에는 일자리 안정자금 13만원을 받는 것보다 4대 보험료를 내는 게 더 손해라는 인식 때문에 사업주들이 신청을 꺼렸다”며 “지금은 소규모 사업장의 사회보험 가입률이 늘어나는 데 일자리 안정자금이 긍정적 역할을 했고, 그만큼 사회안전망 안으로 들어온 노동자가 많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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