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가 삐걱거리고 있다. 경기 둔화를 지나 미국의 국채 장·단기 금리 역전현상에 이른바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의 화합보다는 자국보호주의·고립주의가 확산되면서 글로벌 경제도 휘청거리는 모습이다.
한국경제도 별반 다르지 않다. 경기 부진에 대한 판단에 이어 침체 국면에 근접해 있다는 평가가 상당하다. 2% 성장 전망치 달성마저 숨가쁘다.
다만, 쉽지는 않더라도 IMF 외환위기나 금융위기를 지혜롭게 헤쳐나온 뒷심으로 한국경제 위기의 돌파구를 찾아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특히, 정부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는 분위기 속에서 정부 부처와 관련 기관들이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때 침체기에 대한 대응력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는 조언도 뒤따른다.
미국 국채의 장·단기 금리 역전이 'R의 공포'를 키웠다. 지난 14일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1.623%까지 떨어지면서 2년물 국채 금리(1.634%)보다도 낮은 수준을 보였기 때문이다.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14년 만에 나타나 시장 변동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JP모건도 지난주 우려 섞인 입장을 내놨다. JP모건의 브루스 카스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기 침체 위험이 더 커진 것 같다"면서 "무역갈등을 중심으로 한 지정학적 우려가 커지면서 기업 신뢰도마저 하락해 글로벌 경제 둔화세가 더 악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중 무역갈등, 중국 및 유럽 국가에서의 경기 둔화가 글로벌 경기 침체를 가속화하고 있는 것으로도 평가된다.
경기 침체 우려 속 한국경제 성장을 위한 돌파구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연합뉴스]
이 같은 우려는 그대로 한국경제로 옮겨왔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16일 발간한 '경제동향(그린북) 8월호'에선 올해 2분기 한국경제는 세계경제 성장세 둔화와 반도체 업황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그린북에서 '부진'이라는 표현을 한 것은 지난 4월호부터 5개월 연속 이어진 셈이다. 특히, 2005년 3월 그린북 창간 이래 가장 긴 연속 부진 판단인 것으로 지적된다. 통계청 역시 다음 달께 경기 정점 여부를 판정할 예정이다. 2017년 3분기에 대한 정점 판단이 우세한 상황이어서 그동안 경기 하락세가 이어진 셈이다.
또 실업률 추이로 경기 침체 여부를 판단하는 '삼 지표(Sahm Recession Indicator)'를 우리나라에 단순 적용할 경우, 침체에 들어섰을 확률이 아직 50%를 밑돌지만 1년 사이 4배 가깝게 커졌다. 지난해 7월 11%에서 현재 40%까지 상향된 상태다.
국고채 장·단기 금리 격차가 금융위기 이래 11년 만에 가장 많이 줄어든 것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뒤따른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국내외 42개 기관의 올해 한국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이달 기준 2.0%로 지난달보다 0.1% 포인트 떨어졌다. 국내외 42개 기관 중 한국경제 성장률이 2%에 못 미칠 것으로 전망한 곳은 ING그룹 등 11곳에 달할 정도다.
그러나 경기 침체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당장 소득 양극화, 수출 불황, 기술 경쟁력 악화 등 극복해야 할 경제요소가 산더미처럼 쌓였기 때문이다. 극복해내야 할 카드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과거 경제 위기를 극복해온 저력을 이번에도 펼쳐야 한다는 조언이 이어진다. 고성장 개발시대와 비교하긴 힘들더라도 2% 안팎의 저성장 기조 속에서 실질적인 소득 개선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민·관·정 모두 합심해야 한다는 얘기에도 힘이 실린다.
안영진 SK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수익률 곡선 차원에서 장·단기 금리의 역전이 머지않아 도래할 경기 침체의 신호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면서도 "(현재) 침체의 시기가 코앞에 닥쳤다고도 볼 수도 없는 만큼 상황을 주시하며 한국경제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부 관계 기관들이 비로소 제역할을 하는 것부터가 시작이 될 것"이라며 "기재부, 산업부, 한국은행 등 기관들이 정책을 마련하고 실행하고 서포트해주는 역할을 현재처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절대 경기 하방압력에 대응하기 어렵다. 침체기 극복을 위해 올인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