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미국 뉴욕 채권시장에서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장중 연 1.619%를 기록, 2년물 금리(연 1.628%)를 밑도는 현상이 발생했다. 미국 경기 침체의 전조 현상으로 해석되면서 글로벌 시장 전반에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감만 확산시키는 상황이다.
평상시에는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높은 것에 반해, 경기 침체가 예상될 때 장기 안전자산에 자금이 쏠리게 되면 이런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금융시장에서는 글로벌 자금의 안전자산 쏠림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음 달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추가 금리 인하와 유럽중앙은행(ECB)의 공격적인 통화완화정책 등이 안전자산 선호현상을 확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미·중 무역갈등 장기화에 따른 미국 경기 둔화 가능성, 브렉시트 리스크, 홍콩 시위 격화 가능성 등이 안전자산 선호 현상을 부추길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의 골드뱅킹 상품인 골드리슈는 지난 13일 기준 잔액이 4821억원으로 지난달 4373억원 대비 448억원이나 늘었다. 우리은행의 이달 골드뱅킹 잔액도 55억원가량 증가했다. KEB하나은행이 지난 5~7월 판매한 골드바 상품 판매 중량도 273.38㎏으로 전년 동기 수준인 112.60㎏보다도 2.5배가량 증가한 규모다.
불안한 시장 분위기 속에서 덩달아 미국 달러화 강세 현상도 장기화되는 분위기다. 18일(현지시간) 미 증권가에 따르면, 최근 달러 가치가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와 미·중 무역전쟁 리스크에도 상승곡선을 그리는 것으로 파악됐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반영한 ICE 달러 인덱스는 이날 98.206으로 2년여 만에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지난해 저점과 비교해 11% 가까이 상승한 것.
이 같은 강달러 현상에 국내에서 달러 주가연계증권(ELS)을 비롯해 달러 부동산 펀드, 달러 신종자본증권, 달러 발행어음 등 달러 상품들의 완판 행진이 이어지면서 금융업계도 신상품 설계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진다.
그러나 문제는 정부가 경제 활력을 높이기 위해 꺼내든 경제정책들이 이 같은 안전자산 선호 현상 속에서 공회전 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올해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비롯해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수출 활성화에서 비롯된 설비투자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이 같은 자금 시장에서는 원활한 투자 모멘텀을 찾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안전자산 쏠림 현상으로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설비 투자를 지연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안전자산 선호나 달러 강세 등 현상으로 원화가 불안해지는 것은 당연해지고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본의 추가 이탈도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글로벌 수요 역시 위축되는 상황이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상황에 비춰볼 때, 수출 실적의 회복 시점을 지연시킬 수밖에 없다"며 "정부 정책 차원에서 방안을 찾는다면, 여전히 재정 투입을 보다 강화해야 할 것이고 경제심리를 회복하기 위해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에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더불어 과도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금리 발작 리스크를 유발할 가능성도 지적됐다. 다음 달 미·중 협상이 기대보다 순조롭게 진행되거나 홍콩 시위 리스크가 해소될 경우,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빠르게 약화돼 글로벌 금리가 예상과 달리 동반 상승할 수도 있어서다. 추가적인 재정 투입 및 금리 조정 정책 등에 혼란이 가중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신임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도 19일 정부세종청사 기자실을 첫 방문한 자리에서 "경제주체들의 모든 경제활동과 정부 정책이 모여서 GDP(국내총생산) 숫자로 나타난다"며 "정부가 펼치게 되는 정책이 성장에 주는 영향이 얼마인지, 숫자 계산을 하고 치밀하게 디테일을 챙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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