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일단 금융감독원의 합동검사 결과와 은행의 태도 등을 지켜본 뒤 소송 전략 등을 확정하는 등 본격적인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하지만 피해에 대한 전액 보상 결정이 나오기는 어렵다는 점을 감안할 때 집단소송으로 비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소송을 추진하고 있는 로펌 측에서는 은행 등이 손실가능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마치 '안전자산' 혹은 '예금'인 것처럼 설명해 투자자를 모집하는 등 소비자 보호의무와 설명의무를 게을리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불완전 판매행위’라는 것이다.
소송으로 갈 경우, 쟁점은 은행들이 소비자들에게 과연 ‘손실 가능성을 얼마나 자세히 설명했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금리가 오르는 경우, 얼마가 오르던 수익은 5%를 넘지 못하지만 금리가 떨어질 경우 자칫 전액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설명했느냐는 것이 관건이다.
대형로펌 소속의 중견변호사 P씨(52, 사법연수원 30기)는 “체크리스트 형태로 소비자가 직접 표시를 하게 하는 것이 요즘 은행의 관행인 만큼 실제로 설명을 받지 못했다는 것을 얼마나 충분히 입증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은행들은 ‘충분히 설명했다’면서 고객들이 자필로 표시한 계약서 등 서류를 제시할 것인 만큼 단순히 ‘못 들었다’는 식의 주장 뿐만 아니라 구체적이고 상세하면서도 일관된 진술과 증거 확보가 필요하다는 견해다.
이와 관련해 금융소비자원(대표 조남희)는 “이번 사태와 같은 대규모 금융소비자 피해는 금융당국이 ‘이해하였음’ ‘설명 들었음’ 등 계약서에 체크항목을 늘이는 것을 상품설명이자 소비자 보호라고 생각해온 관행이 빚은 참사”라며 “수수료 수익에만 집중한 마구잡이식 판매”를 뿌리 뽑겠다고 벼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은행들이 책임회피를 위해 제대로 설명도 하지 않았으면서 고객들에게 ‘이곳에 체크해 달라’고 요구하는 관행을 법정에서 정면으로 거론해 공론화하겠다는 것이다.
약정서 등에 ‘설명을 들었다’고 표시가 돼 있다고 해도 실제로 설명이 이뤄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을 주장하겠다는 의미로 사실상 은행이 무기로 삼고 있는 것을 거꾸로 활용해 결정타를 날리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특히 금융소비자원은 은행들의 이 같은 관행 뒤에는 금융당국의 책임도 있는 만큼 민관합동조사위원회를 꾸려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2013년 대법원의 키코사태 관련 판결을 들어 이번 사건도 소송전망이 어둡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2013년 9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금융기관들의 ‘키코(KIKO)’ 상품의 불공정 약관과 불완전 판매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중소기업들이 낸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환 헤지(hedge) 상품의 특성상 계약내용이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고, 피해자들도 외환거래를 꾸준히 해 온 기업들인 만큼 환 헤지나 관련 상품의 내용, 위험성을 잘 몰랐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골자다. 심지어 은행이 일방적으로 이익을 볼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익을 보려는 것은 시장경제의 속성’이라고 판결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키코판결의 경우, 양승태 사법부가 ‘박근혜 국정에 협조한 판결’로 스스로 기록하고 있을만큼 ‘사법농단’과 관련이 있고 현 김명수 사법부가 들어서며 대법관 구성 역시 대폭 바뀌었기 때문에 이번 사건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더구나 키코사태의 피해자가 대부분 기업들이었던 반면 이번은 90%이상이 개인이어서 ‘위험성을 인지했을 수 있다’는 전제가 그대로 적용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수도권에서 근무하고 있는 현직 판사는 “ELS 관련 판례 등 금융기관의 불완전 판매와 관련해 개인이 피해자인 경우 법원의 판결이 상당히 전향적이기도 했다”면서 “향후 대법원의 태도를 가늠할 수 있는 사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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