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미투를 계기로 시작된 성평등 논의는 역차별과 혐오 담론으로 변질된 가운데 2019년 오늘날, 대북관계, 한·일관계의 큼직한 현안들에 밀려 일그러진 표정으로 멈추었다.
이 문제를 갈무리 하지 않고 우리 일상이 편할 리 없다. 갈무리 되지 않은 성평등 이슈는 우리사회 갈등의 원인으로 남아있다. 우리나라는 성평등 국가일까? 사실관계부터 정리하자.
2018년 유엔개발계획(UNDP)이 발표한 '성불평등지수'에서 한국은 160개국 중 10위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성차별 이슈와 관련해 새로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UN에서 생산하는 성 불평등 지수(GII)는 여성의 인권에 초점을 둔다.
△모성사망비·청소년 출산율, △중등 이상 교육 받은 인구, △경제 활동 참가 등 3개 부문을 기준으로 성불평등 여부를 판단한다. 이 중 임신 출산 관련 합병증으로 사망한 인구 비율 및 청소년 출산율이 거의 없고, 중등이상 교육을 받은 인구에서 성별 차이가 거의 없기 때문에 상위 점수에 랭크된다.
반면, 세계경제포럼의 성 격차 지수(GGI)는 '남성과 여성 간 격차'에 주목한다. 즉, 지표별로 '남성 대비 여성 비율'을 비교해서 예를 들어 고위관리직에 올라 있는 남성 대비 여성의 수를 수치로 환산하는 체계다. △경제 참여 및 기회 △교육적 성취 △건강과 생존 △정치적 권한이라는 네 개의 영역에서 '남성과 여성의 삶이 얼마나 다른가'에 초점을 맞춘다.
전문직, 기술직·입법자 및 고위 관리자 비율, 유사 업무 임금 평등, 초등 교육·중등 교육·대학 및 직업 교육, 출생 성비·기대 수명, 국회의원·장관 등에서의 성비를 훨씬 정교하게 다룬다. 이중 '경제적 참여와 기회'와 '정치적 권한'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고, 그 중에서도 '유사업무 임금평등'과 '입법자 및 고위 관리자' 분야에서 국제적 기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이 국제적으로 생산되는 성 평등 관련 지수의 사실관계다.
우리나라는 전반적으로 의료 및 교육 등 다방면에서 발전이 이루어졌지만, 성 역할 및 성별 고정관념은 여전하여 여성이 정치, 경제 영역 등에서 그 지위가 낮고, 국가 발전 수준에 비하면 성차별이 여전함을 보여준다.
만일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기분에 따라, 입장에 따라 역차별 사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면 그리하여 갈등과 반목에 힘들었다면 이 지표의 차이가 의미하는 현실적 조건을 구체적으로 성찰하자.
경제규모 10위와는 멀어도 너무나 먼 성평등 성적표, 이것은 결국 변해가야만 한다. 모든 국가의 일이 그렇듯이 성 평등 문제 역시 좁고 편견에 찬 개인 소견의 문제가 아니라 나와 후손이 살아갈 백년지대계의 문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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