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정책보다 무역전쟁이 시장에 더 민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을 비판하는 건 단순한 금리인하 요구를 넘어 경기 후퇴에 진입했을 때 책임을 전가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며 "정작 투자자와 기업들은 연준의 통화정책보다 무역전쟁에 더 관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미·중 통상 갈등, 강경한 이민정책 등 트럼프 행정부의 '업적'이 오히려 시장 불안을 높인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년간 S&P500지수의 일일 낙폭 기준 상위 20건 중 6건이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4일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관세맨'을 자청한 뒤 미·중 무역협정에 대한 기대가 사그라지면서 하루 만에 3.2% 하락했다. 미국의 추가 관세 발표 이후 위안화 가치가 급락한 지난 5일에도 3% 떨어졌다. 반면 연준의 금리 조정 이후에 떨어진 것은 4건에 불과했다.
WSJ는 "많은 이코노미스트들이 연준의 작년 12월 금리 인상을 실수로 판단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는 과거 인플레이션 조정 후 실질적으로 높은 수준의 금리 인상이 시작된 1999~2001년을 제외하고는 지난 30년간 가장 완만한 인상 속도였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시장이 충격을 받았다고 지적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CNN은 이날 "2020년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은 경기침체 가능성을 극복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미·중 갈등으로 인해 8월 초부터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며 "월가에서는 이미 연준이 9월에 이어 12월, 내년 1월 FOMC까지 잇따라 세 차례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추가 금리 인하가 트럼프의 무역전쟁에 따른 피해를 극복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9월 FOMC 금리 인하 무게··· 인하폭 관건
통상 독립성을 갖고 있는 중앙은행은 행정부와는 별도로 움직인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연일 수위 높은 비판을 하고 있는 만큼 연준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경기침체를 최대한 피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는 게 연준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21일 공개된 7월 FOMC 회의록에 따르면 연준은 9월 17~18일 FOMC에서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것으로 보인다.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만큼 '유연한' 방침을 유지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7월 FOMC에서는 10년 7개월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현행 기준금리는 2.00~2.25%다.
문제는 금리를 얼마나 인하하느냐다. 통상 중앙은행들은 금리를 관리할 때 0.25% 포인트씩 단계적으로 조정한다. 금리를 급격하게 조정하면 시장이 충격을 받고, 조정 폭이 적으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전 세계적으로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있는 만큼 조정 폭에도 변동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7월 FOMC에서는 금리인하 폭과 관련, 위원 간 의견이 엇갈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통신,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일부 위원은 0.5% 포인트 수준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시장에서는 9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을 98.1% 수준으로 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장 반응을 인용, 9월 FOMC에서 0.25% 포인트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92%까지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자산관리회사인 인사이트 인베스트먼트의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앤드루 카탈란은 "연준은 외부 약점과 중앙은행의 활동에 균형을 이뤄야 한다"며 "뭔가를 해야 할 필요는 있지만 과도할(too much) 필요는 없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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