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시론]촛불정권에 촛불 드는 대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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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논설실장
입력 2019-08-22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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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이 정부가 지금 겪는 가장 심각한 '정체성 타격'은, 고려대와 서울대 학생들이 준비하고 있는, 23일의 촛불시위일지 모른다. 촛불로 탄생한 정부라고 스스로 자임한 그 촛불정권이 촛불에 의해 항의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혹자는 '깨끗한 척'의 역습이라고 표현을 했다. 법무장관 후보의 펀드와 자식문제는 호의적인 서민들로 하여금 뒤통수를 맞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는 게 사실이다. 대학 운동권 정부로 일컬어지는 권력이 대학가로부터 정치적인 비판을 받기 시작했다는 점 또한 뼈 아플 수 밖에 없다. 지금껏 주장해온 '정의'의 도메인이 옮겨가는 상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차분한 검증과 확인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여론재판으로 단죄하는 것의 폐단은 거듭 지적되어온 것이지만, 박근혜정권이 무너지던 상황도 민심이 기민하게 읽어낸 진실의 공기였지 법적 단죄가 선행되었던 건 아니었다. 조국을 이 정부의 한 '부품'으로만 치부하기에는, 그가 청와대에서 그간 지휘해온 적폐청산을 비롯한 정책 수립의 역할이 방대하고 지속적이었다는 점 또한 이 정부를 난감하게 한다.
 
부분적인 도덕적 흠결이 있다 하더라도, 그의 재능과 식견이 이룩해놓은 국가 혁신의 건전한 영역을 죄다 부정할 수는 없다는 논리에 이성적인 방점을 찍을 필요는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런 구분과 분별이 가능할까. 그건 이 정부가 주창해온 새로운 조국(祖國)과 그 기획자 조국(曺國)을 떼내는 '샴 분할'이기 때문이다.
 
인사청문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벌어진 '조국 회오리'는, 이 나라 지식인 지도자들의 도덕적 난맥을 확인하는 반복적 씁쓸함의 새로운 버전이지만, 이 정부가 내세운 정치적 입장들이 무색해지고 의심스러워지고 있다는 점에서 국가적 위기이기도 하다.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을 고심하고 있을 정부는 지금껏 해온 '신념의 재확인' 카드와는 다른 국면 전환 카드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부글대는 민심을 돌아보라. 촛불 든 대학생들에게 허심탄회하게 응답하는 일, 가볍게 여길 수도 없는 문제지만 실기(失期)해서도 안된다.

  이상국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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