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술 산업계는 일본이 지난달 4일부터 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종에 단행한 수출규제 여파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세계 최대 메모리칩 반도체회사 삼성전자의 공급이 차질을 빚을 경우 애플 아이폰이나 델 노트북까지 파장이 전달될 수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공급업체 다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수출규제 후 주가가 약 6% 떨어지는 등 투자자들의 경계심이 계속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한국 불매운동의 불방망이를 맞고 있다. 한국에서 7월 일본차 판매량이 전월비 32% 급감했고, 아사히 등 일본맥주 판매는 40% 쪼그라들었다. 유니클로를 보유한 패스트리테일링 역시 대표적 불매 브랜드다. 일본을 찾는 한국 관광객이 7.6% 감소하면서 여행사나 면세점, 항공업계까지 충격이 전달되고 있다.
드물게 한·일 갈등에서 반사이익을 얻는 기업도 있다. 일본 수출규제 대상인 고순도 불화수소를 생산하는 한국 솔브레인이 대표적이다. 솔브레인 주가는 수출규제 후 50% 넘게 뛰었다. 한국 정부가 하루 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하면서 일본 방산업체 이시카와제작소와 호소야화공은 이날 하루에만 주가가 10% 이상 치솟았다.
지금까지 한·일 갈등이 경제 성장률에 미치는 피해는 제한적이었지만 갈등이 장기화하고 더 확산될 경우엔 성장률 둔화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과 일본은 서로 3대 무역파트너로서 경제적으로 긴밀히 얽혀있다. 블룸버그 사전조사에서 전문가들은 한국 성장률이 올해 2%까지 낮아져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일본은 올해 상반기 예상을 뛰어넘는 성장률을 보였지만, 하반기에는 미중 무역전쟁, 한·일 수출갈등, 엔고로 인한 수출 부진과 소비제 인상에 따른 내수 부진이 겹치면서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문제는 이 정도 파장으로는 한국과 일본 모두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느 한쪽이 경제적 치명상을 입고 항복을 선언하지 않는 한 갈등이 계속될 수도 있다는 불길한 의미이기도 하다. 일본 수출규제 주무부처 수장인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상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예정대로 오는 28일부터 한국을 수출우대국인 백색국가 목록(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강행할 뜻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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