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정윤석 신일산업 대표 "선풍기로 이뤄낸 혁신, 종합가전회사로의 전환 기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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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입력 2019-08-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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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스마트폰으로 선풍기를 원격 조종하려는 소비자들이 많을까'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우리에게 너무나도 친숙한 생활가전 중 하나인 선풍기에 기술 혁신이 더해지며 일상을 바꾸고 있다. 사물인터넷(IoT)이 더해진 이 선풍기는 '2019 대한민국 혁신대상'까지 받으며 시장성을 증명했다.

정윤석 신일산업 대표이사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신일산업이 가장 주력하는 제품군은 선풍기를 비롯한 여름가전"이라며 "보조 냉방가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서큘레이터, 이동식 에어컨, 냉풍기 등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신일산업 하면 선풍기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회사 자체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선풍기 시장 점유율은 42%로 업계 1위다. 신일 전체 매출에서 선풍기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40%로 가장 높다.  

 

정윤석 신일산업 대표이사[사진=신일산업 제공]

대중들에게 선풍기로 잘 알려진 회사이지만 신일은 알고 보면 총 60여개의 제품을 취급하고 있다. 제품군을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으면 고객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 좋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재고 관리 측면에서 어려움이 클 수밖에 없다.

정 대표는 "단순히 제품 카테고리만 늘리는 것은 아니다"며 "짧아지는 제품 수명 주기와 트렌드 변화에 따라 제품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적시적기에 제품을 선보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제품 출시 후 소비자 반응과 업계 관계자의 피드백을 즉각 살피고, 시장성을 현실적으로 가늠해 재고를 최소화하는 데도 신경을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일은 이 같은 전략을 바탕으로 최근 2년 동안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일찌감치 서큘레이터의 시장성을 간파하고 제품을 선보인 게 주효했다. 기록적인 폭염의 영향으로 에어컨과 함께 사용하면 에너지 절감효과와 냉방효과를 극대화해주는 서큘레이터가 큰 인기를 끌었다. 국내에서 최초로 음성인식과 IoT 선풍기를 선보이고 다양한 보조 냉방가전을 출시하며 기업 경쟁력을 강화한 것도 한 요인이다. 아울러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에 56억원 규모의 난방기기 공급계약을 체결해 평년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성장했다.

올해 초 정 대표는 2019년 연간 매출을 21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0% 성장을 목표로 세웠다. 상반기를 훌쩍 지나 어느덧 9월에 접어든 지금 이 목표는 유효할까? 정 대표는 "경기 둔화와 시장 경쟁 심화로 매출 목표치는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속 성장을 위해 시장환경 변화에 맞춰 생산과 투자를 유연하게 조정하고 제품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라고 전했다.

신일산업은 사명 변경을 추진 중이다.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를 대표하는 가전 대기업처럼 '신일산업'에서 '신일전자'로 바꿔 종합가전회사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다. 공식적인 사명 변경은 정기 주주총회 안건을 상정해 통과해야 가능하기 때문에 내년 3월 이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신일은 사업 다각화를 위해 스마트홈 트렌드에 발맞춰 IoT 기술을 접목한 프리미엄 라인의 가전제품을 구축할 방침이다. 앞서 출시한 IoT 선풍기를 통해 그 가능성을 엿봤다. 이에 따라 소형가전에 IoT를 우선 적용한 후 점차 제품군을 확대할 예정이다.

​최근 론칭한 펫 가전 브랜드 '퍼비'도 사업 다각화의 일환이다. 반려동물 시장은 블루오션 중 하나다. 퍼비는 현재 반려견 제품을 출시한 데 이어 반려묘를 위한 제품으로 라인업을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다.

정 대표는 "아직까진 펫가전, 펫테크 제품의 보급이 활발하지 않은 수준이지만 펫 산업은 무한한 성장 가능성과 잠재력을 지녔다"면서 "반려동물 가족 소비자에게 친근한 브랜드로 인식돼 업계 1위가 되는 것이 목표"라는 포부를 밝혔다.

해외시장 공략도 구체화하고 있다. 신일은 현재 미국, 중국을 비롯해 동남아시아, 중동 등 11개국에 제습기, 공기청정기, 믹서기 등 다양한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수출 물량은 미미한 수준이나 나라별 특성을 반영한 차별화된 전략을 모색해 현지 시장을 공략할 것을 검토 중이다.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렌털시장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렌털사업 특성상 시장 진입 장벽이 높고, 초기 사업비와 인력 구성부터 제품군 개발까지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제품 경쟁력을 갖고 있기에 렌털 사업에 진출하게 된다면 종합가전기업으로서 기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현재는 렌털시장 진입에 대해 면밀하게 검토하면서 안정화된 경영 유지 및 확보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에는 상대적으로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이 취급하는 제품 영역이 명확하게 나뉘었다. 암묵적인 '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 같은 구분이 사라지는 추세다. 정 대표는 "이런 상황을 고려해 대기업의 진입장벽이 높은 틈새시장을 찾아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견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며 "고가 정책을 펼치고 있는 대기업과 달리 합리적인 가격대의 '가심비'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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