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징 월드’는 전 지구적으로 직면한 고령화 문제, 한국 사회 안에 깊게 자리 잡은 연령차별주의와 이를 둘러싼 동시대 이슈들을 조명한다. 전시의 영문제목인 ‘내일도 날 사랑해 줄래요?(Will you still love me tomorrow?)’는 참여 작가 안네 올로프손의 작품 제목에서 가져온 것으로, 유독 외모와 젊음을 강요하는 현대사회의 시선으로 노화를 바라볼 수밖에 없는 우리의 불안함과 두려움을 담고 있다.
사회에서는 노화를 낡음과 쇠약함의 이미지와 연결 지으며, 경제적 논리로 접근하는 현상이 지배적인 가운데 연령차별주의는 개인 혹은 집단 간 억압, 소외, 불평등을 증폭시키면서 전 세대에 걸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대중매체는 노화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강화시키고 있다.
‘에이징 월드’는 노화를 둘러싼 부정적인 인식을 살펴보고, 연령차별주의가 개인과 집단에 미치는 영향력과 근원을 생각해보기 위해 세 개의 전시 섹션과 퍼블릭 프로그램 존으로 나눠 구성했다. 첫 번째 섹션에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화를 성형, 쇼핑, 강박적 자기관리 등 외형적으로만 소비하고 접근하는 사회 분위기와 원인을 생각해 본다. 두 번째 섹션에서는 개인과 집단이 가진 노화에 대한 서로 다른 인식으로 인해 발생하는 소외, 세대갈등 등의 사회문제를 살핀다. 세 번째 섹션에서는 시점을 가까운 미래로 옮겨 노화를 우리의 이야기로 생각하게 하는 작업과 함께 노화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제안하는 참여 형식의 작업들을 선보인다.
섹션 1에서는 젊음을 기준으로 미추 관념을 정의하며 노화를 외형적인 관점에서 소비하는 사회 분위기에 질문을 던져보고자 하면서 자본주의, 소비사회와 결부돼 신체적 나이 듦에 저항하는 인간의 욕망이 개인의 신체와 정신, 삶에 미치는 영향력을 살핀다. 이 섹션에서는 현대인의 필요와 욕구 사이에서 그 차이와 충돌로 만들어진 각종 이미지들을 통해 나이 듦에 대한 표피적 접근을 경계하고 그에 대한 성찰을 시도한다.
섹션 2에서는 나이 듦에 대한 고정관념이 사회적 관계 안에서 강화되는 양상을 살펴본다. 연령차별주의가 만연한 이 사회 그리고 이를 심화시키는 체제 안에서 개인과 집단이 노화에 대해 가지는 서로 다른 인식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 문제를 살펴본다.
섹션 3에서는 시점을 가까운 미래로 돌려 우리의 나이 듦을 상상해보길 제안한다. 노년의 삶의 양식과 미래 환경을 예측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제안과 실천적 작업들을 통해 나이 들기 어려운 사회에서 늘어난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미술, 디자인, 건축 분야에 속한 여러 예술가들은 지금 여기를 토대로 나이 듦에 대한 사람들의 불안감과 기대 심리에서 나아가 일상 변화의 가능성에 대한 고민과 실험을 선보인다.
전시 기간 동안 노화를 타인이 아닌 우리의 이야기로 바라보고 각자가 생각하는 나이 듦에 대해 생각하고 질문을 던질 수 있도록 전시와 연계한 퍼블릭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으로서 ‘웰 엔딩’과 소유를 최소화하는 ‘미니멀 라이프’를 주제로 하는 관객 참여 프로젝트 ‘21g 언박싱’, ‘이’없이 ‘잇몸’으로 제한된 조건에서의 식사를 경험하고 노화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는 소셜 다이닝 프로젝트 ‘예술가의 런치박스 × 가정식’, 전시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자신의 몸을 이용한 현대무용을 경험하는 ‘내 안의 공간들’을 비롯해 노화에 대해 세대별로 이야기해보고 각자가 가진 인식과 관점을 시각화하는 ‘에이징 지형도’, 에듀케이터와 전시를 함께 감상하고 노화와 관련된 언어를 기록하면서 주름에 대한 이미지와 가치를 드로잉해보는 프로그램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세부 프로그램에 대한 안내는 미술관 웹사이트에서 확인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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