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시는 봉황동 303-7번지 매장문화재 발굴현장에서 가야시대 목탑지로 추정되는 건물지가 확인됐다고 26일 밝혔다.
해당 지역을 발굴조사한 (재)한반도문화재연구원은 확인된 건물지의 조성시기와 성격 등을 검토하기 위해 지난 23일 학술자문회의를 개최하고 발굴조사 현장을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건물지는 가야시대 문화층에서 확인됐다. 초석 하부를 지탱하기 위한 적심석(積心石)이 사용됐다. 평면 형태는 정방형으로 중앙에 네 개의 기둥을 가진 중심부를 마련하고 이를 둘러싼 외부공간인 퇴칸(退間)을 둔 형태다. 퇴칸은 정면 5칸, 측면 5칸으로 규모는 길이 10m 너비 10m 정도로 추정된다.
한반도문화재연구원 관계자는 “일부 미조사 지역이 남아있고, 건물지 서편은 조사경계 밖으로 연장되고 있어 정확한 규모와 성격을 단정하긴 어렵다”면서 "건물지 중심부 적심 규모가 지름 180㎝ 깊이 100㎝에 달하는 점으로 보아 크고 높은 기둥을 세운 것으로 판단되며, 중심부 건물은 목탑지에서 확인되는 사천주(四天柱)와 유사하다”며 목탑지일 가능성을 제시했다.
학술자문회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발굴조사 현장과 출토유물 등을 살펴본 후 조사기관의 고고학적 해석이 타당하다고 판단, 유적이 확인된 위치에 주목했다.
조사지역은 김해 봉황동 유적(사적 제2호)의 동쪽에 위치하며 건물지 서쪽 경계를 이루는 소방도로 개설시 가야시대 토성지 일부가 확인된 바 있다. 따라서 이번에 확인된 건물지는 금관가야 왕성으로 추정되는 봉황토성 내에서 확인된 최초의 가야시대 적심건물지로, 탑형 건물지 또는 왕실 종묘와 관련된 건물지로 추정되고 있다.
오세덕 경주대학교 문화재학과 교수는 “경주 나정(사적 제245호)에서 확인된 팔각건물지처럼 평면 팔각의 형태를 염두에 두고 계획된 적층 건물 같다. 건물 중심부와 퇴칸 사이의 간격이 넓은 것으로 보아 차양 구조가 발달한 남방계열로, 확인된 적심의 규모 등을 고려했을 때 건물 높이는 20m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로써 삼국유사 기록을 바탕으로 왕후사, 호계사 등 가야사찰의 실체 규명을 위해 노력해 온 김해시의 가야사 복원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설화나 조선시대 이후 기록 등 제한된 사료만으로 폐사지 확인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추정 왕궁지 일대에 왕실사찰이 위치할 가능성이 열린 만큼 봉황토성지에 포함되는 구역을 문화재 지정구역으로 확대·정비해 나갈 필요성이 훨씬 높아졌다.
한편, 이번 조사는 김해 원도심 재생사업의 일환으로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이뤄졌다. 현재 조사의 50% 가량이 진행된 상태로, 김해시는 조사가 완료되면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문화재청과 보존 방안 등을 협의할 방침이다.
김해시 가야사복원과장은 “가야 왕궁지와 가야불교의 실체를 밝힐 것으로 기대되는 중요유적이 확인된 만큼 유적의 보존과 활용을 위한 최선의 방법을 고민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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