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일본 정부는 한국을 대상으로 반도체 소재 3종에 대한 수출을 규제했고 이어 8월 2일 각의에서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백색국가·첨단 기술과 전자 부품 등 수출 시 허가신청을 면제하는 국가)에서 제외했다. 이번 조치로 일본은 1112개 품목에 대한 수출을 규제할 수 있게 됐고, 우리 기업들은 일본 수입의존도가 높은 품목의 경우 제품 생산에 차질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난 7월부터 수출규제를 받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의 경우, 고순도 불화수소와 포토레지스트 등 핵심 소재뿐 아니라 장비도 일본 의존도가 높기에 규제가 실현될 경우 받게 될 심각한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이로 인해 ‘부품소재의 국산화’가 산업·경제 분야의 최우선 당면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8월 5일 소재·부품·장비 중 주요 100개 품목을 골라 5년 안에 국산화를 목표로 하는 경쟁력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일본의 수출규제를 계기로 핵심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을 확보해 글로벌 수준 기업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실 부품·소재의 국산화는 이전부터 주요 관심사였지만, 일본의 수출규제가 미치는 파장으로 미루어 알 수 있듯이 결실을 보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우리는 반도체 등 부품소재 분야의 국제적 경쟁력을 가진 중소기업이 다수 포진되어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일본의 중소기업 정책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일본은 1990년대의 장기 경제 불황을 극복하고자 많은 고심을 했고 1999년 '중소기업기본법'을 대폭적으로 개정했다. 이를 통해 중소기업 지원정책의 기본방향을 ‘대·중소기업 간 격차시정’에서 ‘기업 간 경쟁촉진 및 자발적 혁신기업의 집중육성’으로 전환하는 한편,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산업구조를 고도화하고자 했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경영혁신지원법(현 중소기업등경영강화법)'을 제정하고 자발적으로 경영혁신을 하고자 하는 중소기업에는 ‘경영혁신계획 승인제도’를 통해 선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현재는 해마다 4000건 이상의 계획들이 정부승인을 받고 있으며, 경영혁신 승인기업들은 일반중소기업에 비해 부가가치 및 경상이익 등에서 성과창출도 월등히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장기불황 속에서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일본 중소기업의 경쟁력은 기술개발에서 한층 더 나아가 산업구조의 고도화를 통해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일본정부의 장기적인 안목에서 비롯됐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일본의 정책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한민국의 경제는 과거 고도성장기 이후 대기업 중심의 성장정책으로 인해 대·중소기업 간 생산성 격차가 심화되고, 그 결과 대다수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하도급기업으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전체 고용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것은 우리 경제의 탄력성 또한 힘을 잃어가고 있다는 적신호이다. 이처럼 중소기업이 스스로 자립하고 성장하는 시기가 늦어질수록 한국 경제의 성장은 지체될 수밖에 없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다’라는 격언이 있다. 우리도 일본의 정책사례를 거울삼아 중소기업과 대기업 그리고 정부기관이 새로운 시각에서 부품소재의 국산화를 완성해 가는 상생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나아가 중소기업들이 경영혁신 역량 강화를 통해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관련 법·제도를 마련하고 이를 통해 우리 경제가 순조롭게 산업구조 고도화를 이루어갈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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