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진이 이어지면서 중견기업 하반기 채용 시장에 먹구름이 드리울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일본 수출규제 등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졌을 뿐 아니라 주 52시간 근무제로 인한 부담감도 더해진 탓이다.
27일 한국중견기업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1690개 상장기업의 신규 일자리 2만1131개 중 절반 이상인 1만841개가 중견기업에서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근로자수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중견기업 2.5%, 대기업 1.1%, 중소기업 1.0% 순으로 나타났다. 내실 있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견기업에 눈을 돌리는 취업 준비생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와 알바앱 알바콜에 따르면 중견기업에 대한 입사 선호도가 공공기관‧공기관을 제치고 2위에 올랐다. 1위는 대기업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경제상황이 악화되면서 중견기업들은 올해 하반기 채용 규모를 확 줄일 것으로 보인다. 인크루트가 조사한 ‘하반기 대졸 신입 채용 전망’에 따르면 중견기업의 하반기 채용 규모(상장사 기준)는 전년 대비 21.7%포인트(p) 하락했다. 대기업은 4.1%p, 중소기업은 48.6%p 줄었다.
이에 따라 대‧중견‧중소 전체 채용률이 감소할 전망이다. 인크루트에 따르면 하반기에 ‘대졸 신입을 뽑지 않겠다’고 확정한 상장사는 지난해 6.7%에서 11.2%로 4.5%p 증가했다. 기업 10곳 중 1곳꼴로 채용 계획이 없는 셈이다.
중견기업계 관계자는 “최근 일본 정부의 추가 수출규제, 미중 무역분쟁 재점화 등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너무 커져 전반적으로 기업 경영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며 “투자나 채용을 과감하게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친기업 정책으로 규제를 대대적으로 완화하는 한편 주 52시간 근무제 등 규제 적용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현재 정부에선 연구인력 지원금과 채용박람회 지원,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따른 지원금 등 중견기업 고용에 직‧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불확실한 대내외 경제여건을 고려할 때 채용을 늘리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박양균 중견련 정책본부장은 “경기가 나쁜 상황에선 기업 규모에 상관없이 모든 기업이 힘들다. 올해 세계 상위 수출국인 우리나라의 수출 감소세가 가장 가파랐다. 수출 비중이 높은 중국, 미국, 일본 관련 리스크가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제반여건이 좋아야 기업이 살고, 고용도 늘릴 수 있다. 정부 지원금이 약간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고용 여력은 기업의 경영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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