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바야가는 숲속에 있는 오두막집에서 두세 명의 자매들과 함께 살면서 생명수가 솟아나는 샘을 지킨다. 오두막집 울타리와 진입로 곳곳에 사람의 해골이 걸려 있고 문에는 날카로운 이빨이 촘촘히 붙어 있어 공포를 자아낸다. 그런데 이 오두막집은 매우 특이한 능력을 갖고 있다. 닭발처럼 생긴 다리가 달려 있어 바바야가가 지시하는 대로 방향을 바꾸거나 이곳저곳 걸어다니는가 하면 껑충껑충 뛰어다니거나 심지어 춤을 추기도 한다. 러시아 작곡가 무소륵스키의 대표작 ‘전람회의 그림’에도 등장한다. 아홉 번째 곡이 ‘닭다리 달린 오두막집’으로,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바바야가와 함께 춤추는 귀신들의 잔치를 표현하고 있다. 러시아 영화 ‘모로즈코’에도 바바야가의 오두막집이 춤을 추는 장면이 나온다.
대개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는 서유럽의 마녀들과는 달리 바바야가는 좁고 긴 나무 절구통을 타고 날아다닌다는 점이 독특하다. 게다가 오른손에 절굿공이를 들고 노를 젓듯이 휘저어서 방향을 조정하며, 왼손에 든 빗자루로는 자신이 돌아다닌 흔적을 지워버린다.
바바야가는 낮을 상징하는 하얀 기사와 밤을 상징하는 검은 기사, 태양을 상징하는 붉은 기사를 하인으로 거느리고 그들을 통해 밤낮의 변화를 조종한다고 한다. 러시아 전설과 민담에 등장하는 바바야가는 선악이 분명하지 않은 존재로 묘사되어 있다. 주로 사람들을 괴롭히는 사악한 행동을 하지만 때로는 민담의 주인공들에게 시킨 일을 해낸 대가로 도움을 주기도 한다. 바바야가의 이러한 양면성은 기독교가 러시아에 들어오기 이전에 슬라브족들이 섬겼던 대지의 여신의 특징에서 기인한다. 이 여신은 성격이 변덕스러워 때로는 혜택을 주고 때로는 재앙을 주었다고 하는데, 기독교가 국교로 자리잡으면서 마녀로 전락한 것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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