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에서 ‘파기환송’을 결정하자, 이재용 삼성 부회장과 비슷한 상황에 놓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상고심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2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국정농단 사건 핵심 인물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 부회장, ‘비선 실세’ 최순실씨(최서원)의 2심 재판을 전부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특히 이 부회장은 기존 2심에서 무죄로 선고된 혐의 중 일부가 ‘유죄’ 취지로 파기됨에 따라, 향후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이 선고돼 구속될 가능성이 커졌다.
대법원 재판부는 앞서 2심 재판부가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한 ‘정유라 말 3필 구입액(34억원)’과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16억원)’도 뇌물로 봤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의 뇌물 인정액은 2심 판결보다 50억원가량 늘어났다.
이를 지켜본 롯데그룹 측은 향후 신동빈 회장의 국정농단 관련 상고심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긴장하는 기색이다. 묵시적 청탁에 따른 뇌물공여 혐의 등 관련 쟁점이 겹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앞서 신 회장은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특허권을 다시 확보하기 위해 최순실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던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건넸다. 이것이 뇌물로 간주돼 신 회장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유죄’가 인정됐다.
다만 항소심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적극적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한 ‘강요형 뇌물’이었다는 이유가 받아들여져, 1심에서 실형(2년6월)을 선고받고 구속수감됐던 신 회장은 8개월 만에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당시 신 회장에 대한 2심 재판부의 집행유예 판단 근거가 이 부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논리와 비슷하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법조계는 일단 신 회장이 최순실 측에 건넨 뇌물액 70억원이 삼성 측과 달리 변동성이 없음에 주목한다. 이 부회장은 이번에 대법원이 뇌물로 50억원을 추가해 실형 위험이 크지만, 신 회장은 그렇지 않아 상고심에서 형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적다는 분석이다.
다만 신 회장과 이 부회장 모두 ‘강요형 뇌물’이라고 주장해 집행유예를 받은 것은 변수다.
이날 대법원 재판부는 삼성 측이 제공한 말 3필과 동계스포츠센터 지원금이 ‘부정한 청탁’이라 판단했다. 이에 따라 ‘강요형 뇌물의 피해자’란 주장도 힘을 잃었다. 대법원 재판부는 이날 롯데 신동빈 회장의 사례를 언급하며 ‘부정한 청탁’임을 상기시켰다.
이로 인해 신 회장은 70억원의 뇌물로 다시 한번 발목이 잡힐 수 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이미 실형 수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재계는 신 회장이 상고심에서 또다시 실형 선고를 받을 경우, 롯데가 또 한번 ‘경영시계 제로’ 상태에 빠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롯데는 안 그래도 최근 일본 불매운동 등으로 경영 상황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그간 신 회장이 어렵사리 구축해온 한·일 롯데의 ‘원톱 체제’도 흔들릴 수 있다.
롯데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국정농단 상고심에 대해) 다른 그룹이 뭐라 언급하기 어렵지만, 롯데는 삼성과는 조금 사안이 다른 면이 있다”면서 “추후 있을 상고심을 차분히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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