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100 - 분양광고

김순기 작가 “새 문 열려 소통하는 게 전위 미술이지 장악하는 것 아냐”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이한선 기자
입력 2019-08-30 09:06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국립현대미술관서 내년 1월 27일까지 전시

김순기 미술제 컨퍼런스 장면, 1975 [국립현대미술관]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김순기(74) 작가의 개인전이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김순기: 게으른 구름’ 전시를 31일부터 내년 1월 27일까지 서울관에서 연다.

김 작가는 1971년 프랑스 정부 초대 작가로 니스로 건너가 활동해 온 작가로 시간과 공간을 활용한 멀티미디어, 사진, 서예, 로봇까지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다.

김 작가가 너무 시대를 앞서간 작가여서 국내에서 전시가 열리지 자주 열리지 않았고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29일 이수정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김 작가가 시대를 너무 앞서가 국내에서 받아들일 여건이 되지 못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제서야 작가 지원 등의 측면에서 여건이 돼 전시가 열리게 됐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1970년대 초부터 방송용 고가 장비를 사용한 영상 작업을 했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은 김 작가를 ‘숨겨진 보석’이라고 표현했다.

김 작가는 1975년 미 문화원에서 ‘김순기미술제’ 페스티벌을 열어 영상을 활용하고 날마다 토론회를 여는 등 파격젹인 형식으로 진행해 충격을 줬다.

김 작가는 “당시 신문에 젊은 여자가 건방지다는 식으로 나왔다. 당시 우리 미술계가 그랬다”며 “전위미술이 깡패가 장악하는 것이 아니고 소통하고 나누고 새로운 것을 제시해야 하는데 토론회를 열어 이런 얘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김 작가가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이유가 시대를 너무 앞서나갔을 뿐 아니라 국내의 따돌림에 따른 것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김 작가는 “1970년대에 여자가 이런 거 하면 안 된다는 말을 듣고 프랑스 한 도시에서 아방가르드 작가 7명을 초청할 때도 들었는데 한국팀들은 나를 모르는 척했다”고 했다.

김 작가는 “온실에 갇힌 학생이던 대학 4학년 때 작품을 잘라 바깥에 걸어봤더니 펄럭 소리도 나고 그렇게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며 “한계가 없는 소리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유화를 그렸다”며 “무언가에 빠지면 끝을 보는 성격”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김순기, 조형상황 III – 보르도의 10월, 1973, 단채널 비디오(4;3), 마스터 필름 16mm, 10분 37초 [국립현대미술관]

이번 전시는 2016년 강승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이 작업실에 들러 작품을 둘러본 것이 계기가 됐다.

강 실장은 “이전에 교류가 있었지만 3년전 농가 작업실에 들러 작가의 작품을 보며 비어 있는 미술사의 구멍을 메우는 전시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들었다”며 “한국 미술을 새로 쓰는데 필요한 작가로 미술사를 제대로 정립해야 한다는 확신 하에 추진한 전시”라고 말했다.

전시에서는 작가가 작업실 주변에서 수집한 돌멩이, 나무 등을 이용해 제작한 오브제와 판화, 1971년부터 1975년까지 남프랑스 해변 등에서 현지 예술가들이 참여한 퍼포먼스 ‘조형상황’, 자크 데리다, 장 뤽 낭시, 백남준 등과의 인터뷰 영상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김순기, '비디오와 멀티미디어, 김순기와 그의 초청자들' 중 존 케이지 콘서트, 1986 [국립현대미술관]

전시마당에서는 로봇 ‘영희’가 시를 낭송하고 무당 김미화의 굿하는 소리 등이 어우러진 신작 ‘시간과 공간 2019’도 볼 수 있다.

김 작가는 “‘심심바보 영희’ 로봇은 기능에만 매몰된 로봇이 아니라 게으른 노는 로봇”이라며 “원래의 로봇에 반대되는 개념의 것을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떻게 로봇까지 관심을 가지게 됐느냐는 질문에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작품이 나온다”며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로봇 제작에는 미디어아티스트 윤지현, 박얼, 이동훈이 참여하고 로봇기술 전문기업 로보티스의 모터와 3D프린팅 전문회사 크리에이터블에서 출력한 부품으로 제작됐다. 내달 8일에는 전시마당에서 로봇 영희가 참여하는 신작 사운드 퍼포먼스도 선보인다.

1989년작 ‘비데오’는 얼음으로 만든 모니터 모양의 작품이다. 이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얼음 생산 시설까지 설치했다. 작품 제목이 영어로 비디오로 프랑스어로는 ‘비어있는’과 ‘물’이라는 이중의 의미를 띄는 작품으로 언어 게임을 즐기는 작가의 성향이 드러난다. 김 작가는 시인이기도 하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