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동방]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을 앞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4)이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대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비선실세 최순실에게 해준 각종 지원을 묵시적 부정청탁으로 판단하는 동시에 신 회장이 최씨에게 건넨 스포츠재단 지원도 자발적인 뇌물로 봐서다. ‘강요형 뇌물 피해자’라는 신 회장 측 주장과 배치되는 판단이다.
30일 대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전날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에서 이 부회장이 최씨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경영권 승계작업 도움을 요청하는 묵시적 부정청탁을 했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이에 따라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 부회장이 다시 구속될 가능성이 커졌다.
아울러 롯데그룹 관련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에 대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신동빈 회장 사이에 부정한 청탁이 있었고,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은 공동정범이라는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최씨가 롯데그룹에 K스포츠재단 추가 지원을 강요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2심과 다른 판단을 했다. 전원합의체는 “강요죄 요건인 ‘협박’ 즉 해악의 고지를 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며 “강요죄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했다.
이번 선고는 신 회장 상고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박 전 대통령과 단독으로 면담을 하며 월드타워면세점 특허 연장 등 그룹 현안을 도와달라고 요청하고, 그 대가로 최씨가 지배하는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건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1심은 지난해 2월 신 회장의 K스포츠재단 지원 배경에 면세점 관련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판단하며 징역 2년6개월에 추징금 70억원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같은 해 10월 2심 재판부는 신 회장의 뇌물공여죄를 인정하면서도 명시적 청탁 증거가 부족하다며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형량을 낮추고 신 회장을 풀어줬다.
2심 재판부는 “독대 자리에서 박 전 대통령이 먼저 지원을 요구했고, 불응으로 인한 직간접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게 했다”며 “신 회장이 박 전 대통령 강요로 의사결정 자유가 제한된 상황에서 지원금을 준 데 대해 책임을 강하게 묻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집행유예 선고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대법원이 최씨의 강요죄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자신을 수동적 뇌물 공여자이자 강요형 뇌물 피해자로 주장하는 신 회장 측 주장은 힘을 잃게 됐다.
다만 상고심은 항소심의 유·무죄 판단과 법리 적용 타당성만을 따지므로, 양형이 부당하다는 이유로 신 부회장 항소심 판결을 파기할 가능성은 없다. 항소심이 신 회장에게 집행유예 판결을 내리면서도 뇌물공여죄 자체는 유죄로 본 것도 롯데가 한숨을 돌릴 수 있는 이유다.
변수는 병합 심리 중인 경영비리 혐의다. 신 회장은 아버지인 신격호 명예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 등에게 불법으로 급여를 지급해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2심 재판부는 이를 무죄로 봤다.
검찰이 대법원에 상고한 것도 경영비리 혐의를 무죄로 본 부분이다. 대법원이 검찰 주장을 받아들여 이 혐의를 유죄로 볼 경우 신 회장 형량이 높아질 수도 있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국정농단 대법원 선고와 관련해 특별히 할 말은 없다”면서 “상고심 일정 등 재판부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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