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60cm 퍼트.’
30일(한국시간)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컬럼비아 에지워터 컨트리클럽(파72) 9번 홀(파4). 고진영의 짧은 파 퍼트가 왼쪽 홀컵을 스치며 지나갔다. 그 순간 고진영은 고개를 숙인 채 몹시 아쉬워했다. 무려 115개 홀 만에 나온 보기였다.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고진영의 ‘노보기’ 행진이 멈췄다. 하지만 고진영은 기록적인 보기 프리 경기를 펼쳤다. ‘골프 여제’ 박인비의 99개 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의 110개 홀 연속 ‘노보기’ 기록을 넘어 114개 홀 연속 ‘노보기’를 기록했다.
고진영은 이날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캄비아 포틀랜드 클래식(총상금 130만 달러) 첫날 1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3개, 그리고 보기 1개를 적어내 4언더파 68타를 쳤다.
고진영이 스코어카드에 보기를 적어낸 건 브리티시 여자오픈 3라운드 2번 홀 이후 115개 홀만이다. 고진영은 26일 끝난 캐나다 퍼시픽(CP) 여자오픈에서 버디만 26개를 잡아내며 ‘72홀 노보기 우승’을 차지했다. 포틀랜드 클래식 전까지 106개 홀 연속 보기 없는 경기를 펼친 고진영은 이번 대회에서 노보기 행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됐다.
LPGA 투어나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연속 노보기 기록은 공식 집계하지 않지만, 박인비가 2015년 3개 대회에 걸쳐 99개 홀 연속 노보기 기록을 작성했고, 우즈는 2000년 2개 대회에 걸쳐 110개 홀 연속 노보기 기록을 달성했다.
이미 박인비를 넘은 고진영은 이날 4번 홀까지 파 행진을 벌인 뒤 5번 홀(파5)에서 약 10m 퍼트로 이글을 잡아 111개 홀 연속 노보기를 기록해 우즈마저 넘어섰다. 이어 버디 2개를 섞어 8번 홀까지 ‘보기 프리’ 행진을 이어갔다.
전반 마지막 9번 홀이 아쉬웠다. 투 온에 성공한 고진영은 버디 퍼트가 홀을 지나 짧은 파 퍼트를 남겨뒀다. 손쉽게 파를 기록할 수 있는 상황. 하지만 고진영은 긴장한 듯 짧은 파 퍼트를 자신 있게 스트로크 하지 못했고, 공은 왼쪽 홀컵을 스쳐 지나쳤다. 고진영도 짙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고진영은 흔들리지 않았다. 후반 11번 홀(파4)에서 버디로 만회한 뒤 남은 7개 홀을 파로 마감해 더 이상 보기를 작성하지 않았다. 이날 4언더파 68타를 친 고진영은 선두와 4타 차 공동 24위에 올랐다.
허미정이 해나 그린(호주)과 함께 8언더파 64타를 기록해 공동 선두로 출발했다. 12일 끝난 스코틀랜드 오픈에서 5년 만에 우승한 허미정은 버디 9개와 보기 1개로 최근 상승세를 이어갔다. 재미교포 노예림과 제인 박이 나란히 7언더파 65타로 공동 3위에 자리했고, 올해 신인상 수상이 유력한 이정은6가 6언더파 66타로 공동 5위를 기록했다. 박성현은 버디 6개와 보기 3개를 묶어 5언더파 67타로 전영인, 리디아 고(뉴질랜드), 브룩 헨더슨(캐나다) 등과 함께 공동 12위에 포진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