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테니스 세계랭킹 2위 라파엘 나달(스페인)이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로 열린 US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 5700만 달러) 3회전에서 정현(170위)을 꺾은 뒤 훈훈한 덕담을 건넸다.
정현은 1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의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센터에서 열린 대회 남자 단식 3회전에서 나달에게 0-3(3-6 4-6 2-6)으로 졌다.
정현은 이번 대회에서 이형택(은퇴)이 2000년과 2007년 두 차례 기록했던 US오픈 남자 단식 한국 선수 최고 성적인 16강 진출에 도전했으나 나달의 벽에 막혔다. 정현은 2017년 프랑스오픈(3회전), 2018년 호주오픈(4강)에 이어 개인 통산 세 번째로 메이저 대회 단식 3회전에 진출한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이날 경기를 마친 뒤 나달은 부상으로 마음고생이 심했던 정현을 격려했다. 2016년부터 4년 연속 US오픈 16강행 티켓을 따낸 나달은 “다시 한 번 16강에 올라 기쁘다. 이곳은 에너지를 받을 수 있는 특별한 장소”라며 소감을 전한 뒤 정현에 대해 “건강을 유지한다면 어떤 상대와 만나도 좋은 경기력을 보일 수 있는 선수”라고 말했다.
이어 나달은 “나도 부상을 경험해 봤지만 부상을 이겨낸다는 것은 매우 힘든 과정”이라며 “이번 대회가 정현에게 큰 의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정현이 부상 없이 선수 생활을 이어나가길 바란다”고 진정성 있는 마음을 담아 정현을 격려했다.
정현은 허리 부상으로 2월부터 약 6개월간 코트에 나서지 못했다. 7월 말 중국 청두 챌리저를 통해 복귀한 정현은 재기에 나섰고, 이번 대회에서 3회전 진출의 성과를 냈다.
정현은 경기를 마친 뒤 “많은 팬 여러분이 현장에서 응원해주셨고 또 늦은 시간 새벽에 TV로 지켜봐 주신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원하는 결과를 가져오지 못해 저도 실망스럽고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아쉬움을 남겼다. 이어 그는 “경기가 안 풀렸다기보다는 톱랭커들과 할 때는 뭐든지 쉽지 않다”며 “상대의 단점을 알고 있어도 실행에 옮기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현은 US오픈에서 처음으로 3회전까지 오른 것에 대해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전체적으로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그래도 부상 없이 경기할 수 있어서 좋게 생각하고 있다”며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지만 공백기 이후 출전한 대회치고는 칭찬할만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부상 후유증을 털어낸 것에 대해 만족했다. 정현은 “100점 만점은 아니지만 공백기 이후 메이저 대회에서 예선 3연승 이후 본선에서도 5세트 경기를 두 번이나 했는데 부상 없이 마친 점은 긍정적”이라며 “오늘은 나달이 예전에 비해 더 공격적으로 나와 압박감을 느낀 것 같다”고 자평했다.
그는 "경기를 더 길게 끌고 갈 수 있는 체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서브도 전체적으로 더 성장해야 한다"고 앞으로 보완할 점을 돌아봤다.
한편 정현을 꺾고 16강에 오른 나달은 존 이스너(14위·미국)-마린 칠리치(23위·크로아티아) 경기 승자와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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