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도 홍콩시위 '삼파' 투쟁 동참? 中 관영언론 "실망스럽다"

中 환구시보 "'삼파'에 호응한 것…글로벌 브랜드 중 제일 먼저 동참" 맹비난

"엄중히 해명하고 잘못된 행동 바로잡아라"

앞서 캐세이퍼시픽, 하버시티, 글로벌 회계법인 등에도 압박

중국 관영언론이 이번엔 패스트패션 브랜드 자라(ZARA)를 겨냥했다. 지난 2일(현지시각)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일명 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의 '3파(罷) 투쟁'에 동참했다는 게 그 이유다.  3파 투쟁은 파공(罷工, 파업), 파과(罷課, 동맹휴학), 파매(罷買, 불매) 운동을 일컫는다. 

중국내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매체로 소문한 환구시보는 3일자에 '홍콩 자라 매장의 하루 영업중단, 무슨 의미인가'라는 제하의 사평에서 홍콩 시내 일부 자라 매장이 이날 문을 닫고 영업을 하지 않았다며, 매장 입구엔 '2일 하루 영업을 중단합니다'라는 통지문만 붙여있을 뿐 구체적인 이유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자라 측에 문의해도 구체적인 설명이 없었다고도 했다.

홍콩 자라 매장에 붙은 통지문. 2일 하루 영업을 중단한다는 문구가 쓰여져 있다. [사진=환구시보 ]

사평은 '왜 이런 민감한 시기에 영업을 하지 않았을까'라는 여론의 의혹에 자라는 신속하게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며 "객관적으로 볼 때 이는 이미 '삼파'운동에 일종의 호응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자라의 이같은 행동은 "폭동과 혼란을 억제하려는 홍콩사회의 집단적 노력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자, 중국 본토사회의 홍콩 질서 회복에 대한 기대 방향에도 어긋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사평은 "글로벌 브랜드인 자라가 최근 수년간 홍콩과 중국 본토시장에서 막대한 매출을 올렸고, 중국의 평화로운 발전의 보너스(紅利)를 누렸다"고 했다.  따라서 홍콩에서 발생한 소요사태로 수 많은 홍콩 시민의 근본적 이익이 위협받고 중국 본토사회에도 장애물이 되고 있는 가운데, 자라는 홍콩의 폭동 억제를 위해 노력하는 게 당연하며, 의심을 살만한 신호를 보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사평은 그런데 최근 자라가 보여준 행동은 "실망스럽다"고 유감을 표시했다. 사평은 정치적 분쟁이 격화할 때 대기업들이 이중의 압박을 받을 순 있지만 이것이 홍콩 매장 영업 중단의 이유가 될 순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홍콩엔 수많은 글로벌 브랜드 매장 중에서 자라가 가장 먼저 삼파 운동에 동참한 것이라며, 이유야 어떻든간에, 객관적으로 이는 "매우 부정적인 사례"가 됐다고 했다. 

사평은 이는 최소한 홍콩 일부 자라 매장 경영진이 삼파에 호응한다는 주관적 의지를 가진 것으로, 심지어 (영업중단이라는) 행동으로써 특별한 이목을 끌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아마도 이에 따른 브랜드 이미지 훼손도 견딜 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사평은 홍콩의 정치적 사태 속에서 영업중단은 각종 정치적 해석을 불러일으키고 ‘기업가는 비즈니스만 얘기한다’는 재상언상(在商言商) 는 원칙을 훼손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며 자라를 향해 "발을 들여놓으면 안되는 정치적 분야에서 교만을 떨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또 이미 지난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어기고 홍콩·마카오·대만 국가 표기 문제로 중국 본토 누리꾼의 불만을 샀던 자라가 이번에 또 다시 홍콩 매장 영업 중단이라는 행동을 보였다며 전자(前者)가 일종의 실수라 한다면 후자(後者)는 고의로 비춰질 수 밖에 없다고도 했다. 

마지막으로 사평은 자라를 향해 "이번 사태에 대해 엄숙하게 설명하고,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아 홍콩시민과 중국 본토주민에게 성실히 해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콩의 사태가 중국 전체 사회의 광범위한 주의를 끄는 가운데, 중국인들은 절대 자라의 이번 행동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자라는 심각한 오판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도 경고했다. 

중국 관영언론이 홍콩 시위와 관련해 글로벌 기업에 '정치적 행동'을 하지 말라고 경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달엔 홍콩 항공사 캐세이퍼시픽 직원들이 홍콩 시위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는 이유로 '불매'운동을 주장한 바 있다. 홍콩 침사추이 최대 쇼핑몰인 하버시티도 바깥에 걸려있던 오성홍기가 시위대에 끌어내려져 훼손된 것을 제대로 막지 못했다며 보이콧을 선동하기도 했다. 얼마 전엔 글로벌 4대 회계법인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딜로이트·KPMG·언스트영을 향해 산하 홍콩법인 직원들이 현지 대표적 반중 성향 신문인 빈과일보(애플데일리)에 홍콩 시위 지지 입장을 표명했단 이유로 압박을 가한 바 있다.

한편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 시위는 '삼파 투쟁'으로 확산하고 있다. 2일부터 금융·의료·항공· 건축 등 홍콩 21개 업종 종사자들이 총파업에 들어갔으며, 홍콩대·홍콩중문대 등 주요 10개 대학 학생회는 물론 200여곳 중고교 학생 1만명도 수업을 거부하며 시위에 동참하고 있다. 

상황이 악화하자 홍콩 정부가 2일 계엄령에 준하는 긴급법 발동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경고했지만 홍콩 시위대는 오는 추석 연휴인 13일까지 정부가 자신들의 다섯 가지 요구사항(송환법 철폐, 시위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 완전한 민주선거, 시위 `폭동`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에 대한 기소 취하)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투쟁 강도 높인다는 계획이다.
 

2일(현지시각) 홍콩대 캠퍼스에서 열린 반정부 시위에서 학생들이 깃발을 흔들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