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한국 사이의 진짜 문제는 신뢰다."(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
한·일 갈등은 장기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본 정부가 한국 책임론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또다시 같은 입장을 재확인했다.
4일 일본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최근 주변에 "한국과의 문제는 시간을 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신문은 이날 한·일 갈등 심화를 다룬 특집기사에서 아베 총리가 "대(對)한국, 대중국 관계에서 부침을 경험했다"면서 이 같은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발언 상대방과 시점은 따로 밝히지 않았다.
마이니치는 아베 총리가 연내 예정됐거나 열릴 것으로 보이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나 한·중·일 정상회의 등에서도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판결 문제와 관련한 구체적인 진전이 없으면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담에 응하지 않을 태세라고 전했다.
신문은 또 일본 정부 고위 당국자의 언급을 인용해 아베 총리가 "문(재인) 정권 동안에는 관계 개선이 어렵다. 방치할 수밖에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3일 이낙연 총리를 예방한 가와무라 다케오 일한의원연맹 간사장을 만난 자리에서도 징용 문제 해결이 최우선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4일 이례적인 여론전으로 이번 사태의 책임을 한국에 돌렸다.
그는 이날 블룸버그에 '일본과 한국 사이의 진짜 문제는 신뢰'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냈다. 고노 외무상은 여기서 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로 한·일 관계가 경색되고 있으며, 문제의 핵심은 두 나라가 국교를 정상화할 때 했던 약속의 준수 여부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한국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수습 책임을 한국 정부가 져야 한다고 재차 강변했다.
고노 외무상은 14년간의 협상 끝에 체결한 청구권협정을 통해 한·일 양국 정부와 국민간의 청구에 관한 모든 문제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으로 확인됐다는 주장을 답습했다.
또한 협정의 결과로 지급된 '5억 달러'에 징용 한국인의 임금과 전쟁피해 배상 등이 포함됐으며, 일본으로부터 받은 돈의 분배 책임은 한국 정부에 있다는 주장도 반복했다.
이날 고노 외무상의 기고문은 전반적으로 한·일 관계 악화 책임이 역사문제에 무역규제 조치를 끌어들인 일본 정부가 아니라 한국 정부에 있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이에 더해 그는 한국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결정은 동북아 안보환경을 완전히 오판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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