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나서 저도 놀랐어요. 정말 우는 타이밍도 아니었는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슈퍼 루키’ 이정은6이 3개월 전 US여자오픈 우승 기억을 떠올리며 다시 울컥했다. 투어 데뷔 첫해 세계 최고 권위의 여자골프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 듯 했다.
이정은이 오랜 만에 국내 나들이에 나선 건 4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우승 축하 행사 때문이다. 올해 US여자오픈 챔피언인 이정은은 US오픈과 US여자오픈을 주관하는 미국골프협회(USGA)가 개최한 해외 첫 트로피 투어로 금의환향했다.
이날 이정은과 함께 US여자오픈 진품 ‘하튼 S 셈플 트로피’가 동행했다. 이 트로피가 미국 밖에서 공개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이정은은 “진품 트로피는 1년간 저의 집에 보관할 것”이라며 “이후 USGA에 반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은의 이름이 새겨진 원본 US여자오픈 트로피는 미국 뉴저지 파힐스의 USGA 박물관에 전시될 예정이다.
이날 행사에서 이정은은 US여자오픈 우승 당시 영상을 지켜보다가 그날의 감동에 빠져들었다. 이어 당시 소감을 묻자 눈물을 왈칵 쏟으며 잠시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그만큼 US여자오픈 우승은 이정은에게 의미가 컸다.
눈물을 닦은 이정은은 “3개월이 지나 잊고 있었는데 제가 봐도 멋있다”며 웃은 뒤 “아직도 감동이 남아있다. 걱정을 많이 하면서 LPGA 투어에 갔는데 큰 선물을 받아서 감사하다. US여자오픈에 출전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인데 이렇게 멋진 트로피를 한국에 갖고 오게 돼 너무나 영광이다”라고 의미를 더했다.
사실 이정은은 6월 US여자오픈 우승 당시에도 눈물을 흘리긴 했지만, 우승의 감동을 마음껏 누리지 못했다. 그는 “우승 순간에는 너무 정신이 없어서 우승의 감동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 것 같다”며 “미국에서 큰 대회 우승을 하니까 초등학교 때부터 힘들게 골프를 했던 기억들이 생생하게 떠올랐다”고 털어놨다.
이정은은 올해 LPGA 투어에 데뷔한 뒤 여자골프 최초로 우승상금 100만 달러가 걸린 US여자오픈을 제패하며 ‘메이저 퀸’에 올랐다. 올 시즌 신인상도 사실상 예약을 끝낸 상태다. 그는 “상금은 내 나이에 느끼기엔 어마어마한 액수였기 때문에 상금보다는 박물관에 전시될 우승 트로피와 사진이 영광스럽다”면서 “LPGA 투어에 갈 준비가 안됐다고 생각했는데, 이 대회 우승으로 자신감이 생겼고 다른 대회도 우승할 수 있다는 도전 정신도 생겼다”고 달라진 마음가짐을 전하기도 했다.
시즌이 막바지로 가면서 구체적인 목표도 설정했다. 이정은은 시즌 두 번째 우승과 함께 2020년 도쿄 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삼았다. 자신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는 “이왕이면 아시안 스윙에서 우승하면 좋을 것 같다”며 “특히 한국 팬들이 많은 부산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 좋지 않을까”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정은은 약 3주간 휴식을 가진 뒤 남은 LPGA 투어 대회에 출전할 계획이다.
US여자오픈 우승 전까지만 해도 올림픽에 대한 목표가 없던 이정은이 도쿄행 티켓에 열의를 갖게 된 계기도 있었다. 일단 세계랭킹이 올라간 것도 있지만, 메이저 대회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컷 탈락한 뒤 스위스에 있는 올림픽 박물관을 방문한 것이 또 다른 꿈을 품게 만들었다. 그는 “나도 올림픽에 출전해 메달을 따면 심장이 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소중한 시간이었다”며 “올 겨울에는 더 혹독하게 훈련해 올림픽 목표를 꼭 이루고 싶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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