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환법 철회에도 홍콩 시위대 "안 끝났다"…강제진압 빌미 되나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19-09-05 16:19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中, 무역협상·국경절 의식해 한발 물러서

  • 시위대 수용불가 선언, 대규모 집회 예고

  • 추가 양보는 난망, 무력개입 가능성 여전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지난 4일 TV에 출연해 송환법 공식 철회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홍콩 명보]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을 공식 철회했지만 시위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시위를 지속하기로 했다.

미·중 무역전쟁과 건국 70주년 기념 행사 등을 의식해 송환법 철회를 용인한 중국 수뇌부 입장에서는 난처한 상황이다.

추가 양보가 쉽지 않은 만큼 시위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결국 강제 진압 카드를 꺼내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무역협상·국경절 의식한 전략적 후퇴

캐리 람 장관은 5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송환법 철회 결정을 내린 건 홍콩 정부이며 중국 당국도 이해와 지지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전날 람 장관은 송환법 철회와 경찰민원처리위원회(IPCC)를 통한 시위 진압 과정 조사, 홍콩 시민과의 대화, 홍콩 사회 문제에 대한 연구·조사 등을 제시하며 시위 중단을 촉구했다.

람 장관의 해명에도 이번 결정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등 중국 수뇌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송환법 철회는 절대 불가하다던 중국이 한 발 양보한 배경으로 미·중 무역협상이 우선 거론된다.

실제 송환법 철회를 발표한 직후, 미·중 양국은 다음 달 워싱턴에서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홍콩 문제를 무역협상과 연계하겠다고 천명한 이상 어떤 식으로든 홍콩 내 반중 시위를 누그러뜨릴 필요가 있었다.

건국 70주년을 기념해 성대하게 치르기로 한 10월 1일 국경절(건국 기념일) 행사가 임박한 것도 중국 수뇌부를 조급하게 만들었을 수 있다.

역대 최대 규모의 열병식 개최 등 축제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려야 할 때에 홍콩에서 최루탄과 물대포, 화염병이 난무하는 시위가 지속되는 건 모양새가 좋지 않다.

중·고등학생까지 동맹 휴학에 동참할 정도로 홍콩 내 반중 정서가 심각해지고, 대만이 홍콩을 거들고 나선 상황도 송환법 철회 결정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홍콩에서 벌어진 송환법 반대 시위에서 홍콩 경찰이 시위대를 진압하는 모습. [사진=인민일보 ]


◆시위대 "수용 불가", 中 무력개입 강행할까

하지만 시위대는 송환법 철회 정도로 만족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규모 시위를 주도해온 민간인권전선의 지미 샴 대표는 "시위 과정에서 7명이 목숨을 잃고 1000여명이 체포되고 71명이 폭동죄로 기소된 상황에서 이번 발표는 너무 늦게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2014년 우산 혁명과 이번 송환법 반대 시위의 주역인 조슈아 웡은 "시위는 끝나지 않았다"고 단언했다. 그는 현재 대만에 머물며 홍콩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중이다.

민간인권전선 측은 오는 15일 대규모 주말 시위를 열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시위대는 5대 요구안 중 송환법 철회 외에 △경찰 강경 진압에 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등 나머지 4가지도 모두 수용하라고 주장한다.

홍콩 현지의 한 소식통은 "5대 요구안 중 송환법 철회 하나만 수용한 셈"이라며 "체포된 시위대 석방 정도는 추가될 줄 알았는데 실망이 크다"고 전했다.

강력한 1인 지배 체제 확립을 원하는 시 주석이 시위대의 요구안 중 핵심인 행정장관 직선제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없다고 보는 게 맞는다.

시위 동력이 약화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중국이 결국 강제 진압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홍콩 정부가 계엄령에 준하는 '긴급법'을 발동해 시위 세력을 억누르는 식의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중국의 직접적인 무력 개입은 최후의 선택지다.

시 주석은 지난 3일 공산당 중앙당교를 방문한 자리에서 "우리가 직면한 투쟁은 홍콩, 대만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있다"며 홍콩을 콕 집어 언급했다.

그는 "중화민족의 부흥을 위해 중국 공산당의 지배를 철저히 관철해야 하며 어떠한 도전에도 과감하게 맞서 이겨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이 추가로 양보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송환법 철회로 명분을 쌓은 만큼 홍콩 사태가 악화될 경우 구체적이고 강압적인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아주NM&C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