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일요일(8일)에 캠프 데이비드에서 주요 탈레반 지도자들과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을 각각 비밀리에 만나려 했고, 그들은 오늘 밤 미국에 올 예정이었다"며 "불행히도 그들은 우리의 훌륭한 군인 1명과 그외 11명의 사람을 숨지게 한 (테러) 공격을 저지른 뒤 이를 인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는 즉시 이 회동을 취소하고, 평화 협상도 중단했다"면서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자신의 협상 지위를 강화하려고 이렇게 많은 사람을 죽이겠냐. 그들은 지위를 강화하지 못했고 상황만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공격은 지난 5일 아프간 수도 카불 외교단지 인근에서 일어난 차량 자살폭탄 테러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이 테러로 미군 요원 1명을 포함해 10여명이 사망하고 42명이 부상한 것으로 파악된다.
수도 카불을 중심으로 테러가 잦은 이유는 아프가니스탄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탈레반 계열 중 하나인 '하카니 네트워크'의 공격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카니 네트워크는 파키스탄의 지원을 받고 있다. 파키스탄이 '테러 지원 국가'라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BBC에 따르면 최근 미국과 탈레반 대표가 카타르에서 이미 9차례의 평화협정 협상을 진행하면서 상당한 진척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아프가니스탄 평화특사인 잘마이 칼리자드는 지난 2일 탈레반과 '원칙적으로' 평화협정안을 마련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 안에 따르면 미국은 20주 이내에 아프가니스탄에서 5400명의 군병력을 철수할 예정이다. 현재 현지에 주둔하는 병력은 미군 1만4000여명이다. 주둔군 중 3분의 1을 철수한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탈레반은 미군이 철수되면 아프가니스탄을 미국과 동맹국을 공격하는 무장 단체의 기지로 활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칼리자드는 "최종 승인은 트럼프 대통령에 달려 있다"면서 여지를 남겼다.
외신은 탈레반이 향후 아프간 정부와의 협상 등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강도 높은 공격을 잇따라 개시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카불 테러를 사례로 들어 일방적으로 평화협상을 중단한다고 밝힘에 따라 양측 간 평화협정 체결 여부는 미궁에 빠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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