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우리들의 일그러진 祖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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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기자
입력 2019-09-08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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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청문회로 피로했던 한 달이었다. 연일 터져 나오는 조국 이슈는 대한민국을 덮었다. 우여곡절 끝에 청문회는 끝났지만 역대 어느 정쟁보다 후폭풍은 컸다. 특히 이번 조국 청문회의 과정에서 보여준 한국사회의 민낯은 우리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게 만들었다.

사실상 한국사회가 고도 경제성장을 추구하면서 눈감아 온 모든 부작용이 이번 청문회에서 한 번에 드러났다. 세대갈등, 수저계급론, 학벌의식 등 으레 한국사회에서 외면한 모든 갈등요소를 이번 청문회로 되새김질했다.

한국사회는 수십년간 경이적인 경제성장을 거치며 한강의 기적을 이뤘다. 동시에 우리 국민은 정치적 성숙도를 높이며 스스로의 힘으로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이뤘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간 우리가 의식한 것 이상의 허상도 이제는 마주해야 될 시기가 온 듯하다.

공정함과 정의로움의 명분으로 포장된 뒤편엔 부패의 씨앗도 동시에 성장하고 있었다. 사회가 점점 더 공정해지는 줄 이해한 것은 착각이었다. 기성세대가 부와 사회적 지위를 대물리기 위해 벌인 지저분한 몸부림의 흔적은 이번 기회에 충분히 확인했다. 그게 일부분 편향되고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흔적은 짙게 남아 있다.

청문회 과정에서 나온 의혹들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개인의 문제로 그칠 일은 아니다. 조국 개인을 짓밟는다고 한국사회가 정화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가 다시 생각해보고 사회 시스템의 변화를 고민해 봐야 한다.

작가 이문열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말미에 학급의 제왕적 반장 엄석대의 왕국이 무너지면서 아이들은 그를 집단적으로 힐난하기 시작한다. “저 새끼 순 나쁜 새끼예요”라고 모두들 반장을 손가락질 한다. 하지만 이러한 마무리는 무책임한 부분도 존재한다.

사회는 그렇게 구성된 게 아니다. 공동체의 구성 과정에서 우리는 동조했고 기생한 부분도 동시에 존재한다. 정권이 성립하고 정책결정과 입법을 진행하는데도 국민 대다수는 수없이 동의하고 방관했다. 따지고 보면 사회의 구성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한국사회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앞으로 더 솔직해지고 더 용기를 내야 한다.

우선 기성세대와 당사자들부터 반성과 변화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은 당연하다. 동시에 우리 사회가 추구해 온 가치와 시대정신의 방향이 과연 맞는지도 되돌아볼 시점이다. 우리가 만들어 온 대한민국은 그렇게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않았다.
 

[박성준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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