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9일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에 대한 임명을 재가했다. 취임식은 10일이다. 38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 경쟁당국 수장이 탄생했다는 데서도 의미가 남다르다.
문재인 정부가 공들여온 재벌개혁은 대기업의 순환출자 고리 개선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 정부 출범 당시인 2017년 282개에 달했던 순환출자 고리 수는 지난해 41개, 올해 들어(9월 기준) 13개로 줄었다.
그러나 총수 일가 사익편취규제 대상에서 벗어난 사각지대 회사는 48개 집단에 376개로 지난해와 비슷하다. 총수 일가 보유지분이 20~30%인 상장사와 총수 일가 보유지분이 20% 이상인 회사가 50% 이상의 지분을 가진 자회사를 사각지대 회사로 구분한다.
순환출자 고리를 줄였더라도 사각지대 회사를 그대로 둔 채 일감 몰아주기를 할 가능성은 여전하다. 더구나 전체 공시대상기업집단 59개 기업의 총수 일가 지분율이 3.9%에 그치더라도 그룹 지배력은 여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갑을 문제 역시 관심거리다. 조 위원장은 "갑을 문제에 대한 제재뿐만 아니라 기업의 자발적인 상생 협력을 유도하는 데 앞장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을의 위치에 있는 사업자의 갑에 대한 정보 접근권을 강화하겠다는 게 조 위원장의 계획이다.
극복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국회의 공정거래법 전면개편안 논의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재계는 계속해서 불확실성이 높고 예측할 수 없는 정책이 많다는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전속고발권 조정을 두고 검찰과 '윈윈'할 수 있는 조정안을 마련해낼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김상조 정책실장의 후광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중견 기업 등 경제 전반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이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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