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민심 달래기 나선 정부, 경기회복 확신은 '글쎄'

홍남기 부총리, 9일 공주산성시장 방문해 시장상인 격려

한은, "잠재성장률 빠른 속도 하락, 성장률이 잠재성장률 크게 하회"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을 사흘 앞두고 민심은 이미 싸늘해졌다. 경기 위축을 알리는 적색등이 연이어 켜지면서 심리까지 굳어버린 탓이다. 정부는 곧바로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전통시장을 방문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경기 회복에 대한 확신을 주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날 잠재성장률 마저 하락하며 향후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도 꺾였기 때문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9일 오후 추석 맞이 민생물가를 점검하기 위해 충남 공주산성시장을 방문했다. 현장에서 홍 부총리는 시장 음식 등을 직접 구매하며 시장 상인들의 고충을 듣기도 했다. 

이날 홍 부총리는 경제성장률에 대한 추가 하향조정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 그는 "정부가 2.4% 경제성장 목표치를 제시했으나 여러 여건 상 달성하기가 쉽지 않다"며 "정부는 가용한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해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 오후 충남 공주 산성시장을 찾아 복지시설에서 생활하는 청소년들이 먹을 음식을 사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지난 7월 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2.4~2.5%로 전망한 바 있다. 지난해 말 제시한 2.6~2.7% 대비 0.2%포인트를 낮춘 수준이다.

홍 부총리는 "정부는 성장률 전망치를 그때그때 수정하지 않는다"며 "여러 민간기관의 전망을 참고하면서 최대한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보답"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세종전통시장을 찾았다. 명절 물가를 점검하고 시장상인을 격려하기 위해다.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의지에도 체감되는 경기 회복 시그널은 찾을 수 없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국내 경기에 대해 6개월째 부진하다는 평가를 내렸고, 현대경제연구원과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각각 2.1%, 1.9%로 낮춰 잡았기 때문이다.

시장의 체감도 역시 낮다는 평가다.

실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 가장 낮은 0.0%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소수점 자릿수를 늘려보면 -0.038%로 첫 마이너스로 돌아선 상황이다. 오히려 디플레이션 우려를 낳기도 한다.
 

지난달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3.6% 감소하는 등 9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걷고 있다. [연합뉴스]

경제를 끌어올리는 원동력인 수출 실적에도 먹구름이 꼈다. 일본의 수출규제와 미중 무역분쟁 심화 등 대외여건 악화 속에 한국 수출이 9개월 연속 감소한 것이다.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6% 줄어든 442억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수출이 감소세를 찍은 뒤부터 연이은 마이너스 행진인 셈이다.

더구나 이날 한국은행은 조사통계월보에 수록한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 추정' 보고서를 발표,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빠른 속도로 하락하는 상황에서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크게 밑돌 것으로 분석했다. 

앞서 한은은 지난 7월 발표한 경제전망보고서에 2019∼2020년 잠재성장률이 연평균 2.5∼2.6%로 추정된다는 결과를 공개한 바 있다. 이번 보고서에서도 동일한 추정 결과가 담겼다. 총요소생산성 개선세가 정체된 가운데 노동과 자본 투입 증가세가 둔화된 점이 반영됐다.

경제 심리를 회복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과 달리, 경제에 대한 분석은 역주행을 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경제전문가들 역시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전반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낸다. 소득주도성장으로 시작했으나 여의치 않은 경제 현실 속에서 재정 풀기로 처방을 내린 것에 대한 불만도 끊이질 않는다. 

민간경제연구원 한 관계자는 "경제부처 장관들이 직접 전통시장을 찾아 나서는 것은 그만큼 소비를 해달라는 점에서는 이해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경제 현실에 대한 대증요법을 제시해왔을 뿐 근본적인 대안 제시가 부족했다는 게 그대로 증명되는 요즘"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