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위를 이용해 수행비서를 수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희정(54) 전 충남지사에게 징역 3년 6개월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9일 피감독자 간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안 전 지사의 상고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재판에서는 피해자 김씨의 진술과 김씨로부터 피해사실을 전해 들었다는 안 전 지사의 전임 수행비서의 진술 등에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앞서 1심은 "간음 사건 이후 피해자가 피고인과 동행해 와인바에 간 점, 지인과의 대화에서 피고인을 적극 지지하는 취지의 대화를 한 점 등을 고려하면 피해자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김씨의 학력이나 연령으로 볼 때 명시적 거부의사를 표시하지 못할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다.
전임 수행비서의 진술에 대해서도 "간음 사건 후 전임 수행비서에게 피해사실을 알렸다고 하지만 통화한 내역이 없는 등 피해 사실을 전해 들었다는 전임 수행비서의 진술도 믿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2심은 그러나 "피해자 진술에 일관성이 있고 허위의 피해 사실을 지어내 진술했다거나 피고인을 무고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있다고 볼만한 자료가 없다"며 김씨의 피해진술이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전임 수행비서의 진술에 대해서도 "전임 수행비서가 피고인에게 불리한 허위진술을 할 이유가 없다"며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1·2심의 판단히 엇갈린 가운데 대법원은 2심의 결정에 "법리를 오해하거나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며 2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대법원은 특히 "성폭행 등의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편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며 성폭력 사건에서 법원의 성인지 감수성(gender sensitivity)을 강조했다.
이어 "유죄 심증 형성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여야 하나, 모든 의심을 배제할 정도까지 요구되는 건 아니다"라며 "진술 주요 부분이 일관되며,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고,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이상 그 진술의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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