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기소’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에는 검찰이 위조한 것이라고 밝힌 ‘표창장’의 원본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기소를 했다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검찰은 원본 확보를 위해 조국 법무부 장관 측에 “표창장 원본을 제출해 달라”라고 요구했다가 거절당하기도 했다.
조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는 "원본을 찾을 수 없다"면서 원본을 찍은 것으로 알려진 사진 파일만을 검찰에 제출했다.
검찰은 "조 장관 측이 증거제출을 거부했다"며 대놓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지만, 검찰이 정 교수를 이미 기소한 상태이기 때문에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할 수도 없다. 또한 기소된 피고인이 검찰 수사에 협조할 이유도 없다는 것이 법조계의 설명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하나같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모습이다. 검찰의 주장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유죄증명에 심각한 장애가 생겼다는 데 이견이 없다.
대형로펌 소속의 현직 변호사(사법연수원 25기)는 “복사본만으로는 범죄의 존재부터 입증하는데 제약을 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위조범에 대한 재판에서 위조여부를 다투는 문서의 원본이 없는 상태에서는 위조행위가 있었는지부터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른 변호사(사법연수원 31기) 역시 “복사본이 증거가 될 수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유죄를 입증하는데 중대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면서 “그런 상황에서 기소를 강행했다면 목적이 순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심이 든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 측은 “복사본만으로도 표창장의 서식이 다르다거나 총장직인이 무단으로 찍힌 사실을 입증할 수 있기 때문에 혐의입증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정경심 교수가 딸에게 준으로 알려진 표창장이 통상 동양대의 것과 서식이 다르고, 직인 역시 무단으로 사용됐다는 것을 입증히면 되기 때문에 복사본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위조의 결과물이 없는 상태에서는 ‘위조의 행위’ 자체를 인정할 수 없을 수도 있고, 직인사용대장 역시 이미 보존연한(5년)을 지나 폐기된 상황이어서 검찰이 어느 정도 혐의입증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게 법조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게다가 수사에 협조적이었던 동양대 최성해 총장 등 대학 관계자들이 일제히 말을 바꾸거나 종적을 감춘 것으로 알려지면서 검찰은 더욱 곤란한 입장에 처하게 됐다.
앞서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대안정치연대 박지원 의원은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행위를 지적하면서 조 장관의 딸이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진학과정에서 제출했다는 동양대 총장 명의 표창장 컬러사진을 공개했다.
당시 박 의원은 “나한테까지 이런 것이 흘러 들어왔다”며 사진을 공개했지만 검찰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과 다르다”라며 “검찰이 유출한 것이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그 과정에서 검찰은 “검찰이 가지고 있는 것은 흑백 복사본 뿐”이라고 실토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검찰이 박지원 의원에게 낚였다'는 촌평마저 돌고 있다. 우연찮은 돌발상황으로 드러나게 된 것이지만 검찰이 ‘위조행위의 결과로 만들어진 원본’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검찰은 결정적으로 매우 불리한 궁지에 몰리게 됐기 때문이다.
한편, 박 의원은 '검찰로부터 입수한 것은 아니다'라고만 밝혔을 뿐 사진의 입수경위에 대해 공개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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