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휘감는 불황의 그늘, '가계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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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언 기자
입력 2019-09-12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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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및 아세안 국가 가계부채 눈덩이 증가

  • 중국, 일본의 버블시절 수준...태국 70% 육박, 말레이도 심각

  • 내수 위해 대출완화했지만 소비침체로 역풍 맞을 수도

  • BIS, 선진국 줄어드는 추세에...신흥국 2배 이상 상승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가계부채의 악령이 아시아 전역을 감싸고 있다. 중국 및 아세안 국가에서 가계부채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소비부진 등 악재가 우려되고 있다. 특히 수년전 만에 해도 50% 이하를 맴돌던 아시아 각국의 가계부채 비율이 최근 급격히 상승했다. 중국은 가계부채 비율이 역대 최대를 달성하며 향후 중국의 성장을 붙잡는 최대 악재로 꼽힐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아세안 주요국 가계부채 눈덩이...소비위축 주요 요인

최근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아시아 경제성장, 가계부채의 구름이 휩싼다’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아시아 각국의 가계부채 현실을 진단하고 파급효과를 진단했다. 이러한 가계부채의 증가는 세계경제에도 악재로 작용한다는 전망이다.

신문에 따르면 2018년 중국의 가계부채는 가계소득대비 53%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전보다 34%포인트 높아졌다. 이는 주요 경제대국 중 가장 빠른 상승세다.

중국의 가처분 소득 대비 주택부채 비율은 120% 수준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경우 이 비율은 약 100% 내외다.

신문은 중국 상하이의 한 이주자 사례를 소개하며 현실 가계부채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첸 티주(38) 씨는 무리한 주택담보대출에 영향을 받는 전형적인 사례 중 하나다. 그는 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주택을 처음 샀을 때 나는 사회의 일원이 된 것 같아 기뻤다. 하지만 지금은 겨우 쥐어짜며 먹고사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17년 상하이에 위치한 약 66만 8000달러(약 7억9000만원) 상당의 콘도를 구입했다. 구매금액의 절반은 주택구입 대출을 이용했다. 하지만 첸과 그의 아내는 요즘 결혼식도 미룬 채 채무를 이행하고 있다. 매달 수입에 3분의 2에 해당하는 2만 위안 이상을 대출금으로 갚는 현실 때문이다. 외식이나 쇼핑 등 외부활동은 엄두도 낼 수 없는 형편이다.

중국 정부가 지속해서 경기부양책을 내놓으면서 높은 주택가격을 형성을 유도하고 있는 점도 가계대출 증가의 주요 요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다.

이하우스 차이나연구개발연구소(E-house China R&D Institute)에 따르면 선전의 경우 평균 주택가격은 2018년 기준 중국의 평균 연간소득 기준 34배 달한다. 선전의 경우 홍콩을 대신한 남부지역 중심상업지구로 부상하면서 주택가격이 급상승 중이다.

중국 정부는 앞서 선전지역의 경제거점화를 위한 남부권 경제개발 계획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이 지역 대규모 경기부양을 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일본 연구소(JRI)의 유지 미우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에 가계의 부채증가가 소매 판매를 압박하고 있다는 신호도 있다고 말했다.

주요 근거 중 하나는 자동차 판매 하락이다. 중국은 앞서 자동차판매지수가 12개월래 연속 하락했다. 구매관리자지수(PMI) 등 다른 소비관련 지표 또한 부진한 성적표가 속속 나오고 있다.

유지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는 대출을 통한 소비진작을 통해 경제 활성화를 지향했지만 채무 상환을 줄이기 위해 필연적으로 다른 지출을 줄이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경우에도 버블침체가 시작된 1980년대에 가계부채가 거의 3배 이상 상승했고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70%에서 120%로 상승한 바 있다.

◆"개도국 금리인하 여지 있지만 통화정책 한계의 역설 감안해야..."

다른 아세안국도 비슷한 환경이다. 태국과 말레이시아는 자동차 구매대출과 부동산관련 대출 때문에 가계부채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증가하는 부채는 채무상환의 압박으로 내수소비 진작을 위축시키고 있다.

태국 시중은행인 아유디아 은행(Bank of Ayudhya)의 솜프라윈 만프라썻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가계부채는 태국 정부가 수년전부터 자동차 및 기타 품목들에 대한 인센티브를 도입하면서 급격히 증가했다”며 “이는 향후 소비를 위축시키는 구조적인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태국의 부채비율은 70%에 근접했다. 주요 요인은 자동차 구입대출이다. 태국정부는 자동차 제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자동차 판매를 촉진시키는 관련 세재 혜택을 지난 2012년부터 도입해왔다.

결국 높은 부채 수준으로 이어진 결과는 개인소비부분을 위축시키고 있으며 인플레이션에 취약성을 가져온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말레이시아 또한 정부의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 주택구매를 장려하면서 지난 수년간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말레이시아는 외환보유액 부족으로 링깃화가 매우 취약한 현실이다. 말레이시아 정책 금리는 상대적으로 다른 국가 보다 높은 3%대다. 이러한 취약한 링깃화에 대한 높은 금리를 유지할 필요성은 담보대출자들에게는 또 다른 부담이다.

미국, 유럽 등 선진 경제권에서는 2009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선가계부채 비율이 지속적으로 하락 중이다.

신문에 따르면 같은 기간 가계부채 비율은 신흥국은 23%에서 40%로 높아졌지만 선진국은 82%에서 72%로 줄었다. 또 중국은 34%포인트 늘었지만 미국은 22%포인트 감소했다.

최근 신흥경제국들도 미국 연준의 금리인하 여파에 금리를 인하하고 양적완화와 같은 통화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중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대부분의 개발도상국은 단기부양을 위해서 아직 금리인하를 단행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가계부채를 떠안고 있는 상황에서는 개도국의 금리인하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내수경제를 더 피폐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경제현상을 보면 금리인하가 만능이 아니며 통화정책 한계는 확장재정이 동반돼야 건전한 경제성장을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 경제전문가는 “과도한 가계부채의 증가는 소비하락 뿐만 아니라 고용불안으로 이어져 스태그플레이션과 같은 경제 역현상을 일으킬 수도 있다”며 “아시아 각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이를 집중적으로 해결할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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