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14일(현지시간) 예멘 후티 반군의 드론 10대가 아브카이크와 쿠라이스에 있는 아람코의 핵심 원유시설을 공격했을 때, 두바이의 리츠칼튼 호텔에선 시티그룹, JP모건 등 국제적 투자은행 관계자들이 모여 아람코의 IPO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었다고 한다.
아민 나세르 아람코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0일 세계에너지총회(WEC)에서 우선 사우디 리야드 증시에 지분 1%로 상장한 다음 내년이나 후년에 해외 상장을 노린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해외 상장 후보지로는 영국 런던 증시, 미국 뉴욕 증시, 일본 도쿄 증시 등이 꼽힌다.
아람코 IPO는 사우디 실세인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하는 탈석유 경제구조개혁의 핵심이다. 그는 아람코 상장으로 조달한 자금을 개혁 밑천으로 쓴다는 계획이다.
아이함 카멜 유라시아그룹 애널리스트는 지난 주말 보고서를 통해 "이번 공격으로 아람코의 IPO 계획이 꼬일 수 있다"며, "빈 살만 왕세자는 앞으로 아람코가 테러와 전쟁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미 아람코의 기업가치를 두고 빈 살만 왕세자와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선 간극이 상당하다. 아람코 몸값을 2조 달러로 추산하는 빈 살만 왕세자는 국내외 증시에 지분 5%를 매각해 1000억 달러를 조달한다는 계획이지만, 시장은 아람코의 가치가 1조5000억 달러 수준으로 평가한다.
여기에 이번 드론 공격으로 급부상한 지정학적 위험요소를 반영하면 아람코의 기업가치는 더 내려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때문에 사우디 상장이 더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아람코는 지난해부터 상장설이 돌았지만 수요 부진 전망에 유가 하락이 이어진 데다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의 배후로 빈 살만 왕세자가 지목되면서 상장이 연기돼왔다.
아랍에미리트(UAE) 소재 알다비캐피탈의 무함마드 알리 야신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를 통해 "이번 드론 공격이 아람코의 리야드 증시 상장을 연기시키고 아람코 기업가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로빈 밀스 카마르에너지 애널리스트는 "만약 추가 공격이 나올 경우 IPO 추진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아람코의 가치를 1조2000억~1조4000억 달러로 추산하는 그는 "지정학적 위험이라는 변수를 적용하면 그 가치는 훨씬 더 낮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라시아그룹은 "아람코가 일단 사우디 국내 증시에 상장한다는 계획이기 때문에 이번 원유시설에 대한 공격이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겠지만, 해외 시장에선 지정학적 리스크를 보다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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