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독립, 천하위정, 공평정의, 호혜공영, 발전기여.”
중국 외교수장인 왕이(王毅)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 3월 베이징(北京)의 양회(兩會,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전국인민대표대회)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중국 외교의 현주소를 요약한 말이다. 남의 간섭을 받지 않고, 정치적 자주권을 갖는 것이 중국 외교의 초석이고, 천하의 주인은 국민이며, 공평과 정의를 견지해 서로 잘 되길 바란다는 의미다. 중국이 건국 이래 지난 70년간 동맹국들과 글로벌 동반자 관계 건설을 지속해서 추진하고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구상에 박차를 가하며 세계 평화와 안전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을 강조한 셈이다.
중국 건국 초기 18개 국가에 불과했던 수교국이 70년 만에 10배인 178개국으로 늘었다. 신중국 건국 60주년과 비교하면 10년 사이에 수교국이 7개국밖에 늘어나지 않았지만, 중국은 양보다는 질적인 발전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최근 '상하이협력기구(SCO)', '중국·아프리카 협력 포럼', '중국·유럽연합 정상회의’ 등을 통해 '1대다(多)' 협력체제를 구축해왔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건국 70주년을 앞두고 미·중 무역전쟁이라는 뜻밖의 악재에 직면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미국에 대항하기 위해 ‘지원군’을 모으는 데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을 앞둔 지난 6월을 '우군 확보의 달'로 정했을 정도다.
◆"미국 보고 있나"…中, 제3세계 프로젝트
중국 외교사를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아프리카다. 1991년부터 중국 외교부장은 새해 첫 순방지로 아프리카를 선택할 정도로 중국은 아프리카와의 관계를 중시해왔다. 아프리카의 풍부한 자원을 확보하고 일대일로 관련 협력을 하는 한편, 미국 등 선진국 위주의 국제 질서를 재편하는 데 필요한 지원군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올해도 어김없이 중국 외교부장이 새해 첫 순방지로 아프리카를 선택했다. 6월 말엔 아프리카 전체 54개국을 베이징으로 초청해 ‘세 불리기’에 나서기도 했다.
중국은 마오쩌둥(毛澤東) 전 주석 시절부터 매년 아프리카 각국에 대규모 무상원조 등에 나섰고 이를 발판으로 제3세계 지도자로 자리매김했다.
중국식 제3세계론은 1970년대에 처음 등장했다. 1974년 당시 중국 국무원 부총리였던 덩샤오핑이 유엔에서 제3세계를 향한 마오쩌둥의 지론을 발표하면서부터다. 기존의 제3세계론은 일반적으로 선진 자본주의 제국을 제1세계, 소련 동구의 사회주의 제국을 제2세계, 개발도상국을 제3세계로 분류했다. 덩샤오핑은 미국과 소련 등 초강대국들을 제1세계, 중국을 포함한 개발도상국은 제3세계, 그 중간에 있는 일본과 유럽을 제2세계로 규정했다.
중국식 제3세계론대로라면 중국은 제3세계 '리더'인 셈이다. 이 전략은 향후 중국이 글로벌 영향력에서 미국을 압박하는 동력으로 작용했다.
◆'도광양회'서 '화평굴기'까지… 국력 커질수록 더 공격적 변화
국제사회 환경 변화와 함께 중국의 외교정책도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바뀌어 갔다. 특히 1970년대 들어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우호적인 대외 관계가 필수라며 주변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1979년 개혁·개방 이후 중국은 외교적으로 불개입·현상유지 원칙을 천명한 덩샤오핑의 '도광양회(韜光養晦, 조용할 때를 기다리며 힘을 키운다)' 전략을 기반으로 미국 위주의 세계질서를 수용하면서 오직 경제 발전에만 집중했다. 당시 덩샤오핑은 ‘100년간 도광양회의 기조를 유지하라’고 특별히 당부했다. 1989년 6월 4일 톈안먼 사건 이후 서방세계의 중국에 대한 인식이 악화되자 때를 기다리며 힘을 키우라는 뜻이었다.
중국은 1990년대 장쩌민(江澤民)이 주도한 제3세대 지도부가 들어서자, '유소작위(有所作爲, 해야 할 일은 적극적으로 나선다)'를 앞세웠다. 도광양회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어둠 속에서 힘을 기르되, 필요한 역할은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때부터 지속적인 개혁개방으로 어느 정도 대내외적 위상을 갖춘 중국은 국제문제에 관여하기 시작했다. 중국 경제성장에 집중하는 동시에, 국제사회에서 '책임있는 대국' 역할은 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중국은 본격적으로 전방위 외교에 나서기 시작했다. 1991년 베트남·인도네시아와 1992년엔 한국·싱가포르·브루나이와 수교했다. 또 러시아·프랑스·일본·영국·프랑스·캐나다·인도·멕시코·브라질 등과 다양한 차원의 ‘동반자관계’를 맺었다. 상하이협력기구의 전신인 ‘상하이-5’를 창설하고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등에도 적극 참여했다.
이후 2000년대 후진타오(胡錦濤)의 제4세대 지도부가 '화평굴기(和平崛起, 평화적으로 대국화하다)'를 주창하면서 중국은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에 더욱 강력한 도전장을 내밀었다. 국제사회에서 실력을 행사하며 기후변화·테러척결·북핵문제 등 글로벌 이슈 해결에 있어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2008년 본격화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패권이 흔들리자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력을 가진 G2(주요 2개국)로 성장해 아시아와 세계무대에서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행보를 본격화했다.
시진핑 주석이 집권한 이후 중국의 외교 정책은 더욱 공격적으로 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패권 추구를 반대한 덩샤오핑의 도광양회에서 벗어나 해야 할 일을 적극적으로 한다는 '분발유위(奮發有爲)'로 외교 기조가 바뀌어가고 있는 것.
중국은 분발유위를 새 외교 기조로 내세우며 자유무역협정(FTA)·기후변화협약·대외 원조 분야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꾀했다. 미국 등 기존의 대국과는 다른 길을 걷겠다면서 신형 국제관계와 인류운명 공동체 구축을 제창하고,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대국의 역할을 강조한 것이다. 아시아는 물론 유럽까지, 세계 각국이 참여하는 신 실크로드 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 전략을 펼치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구축한 게 대표적인 예다.
◆中, 일대일로 겉으론 '호혜' 실제론 패권 야욕...센카쿠열도 등 주변국과 갈등
'현대판 실크로드'로 불리는 일대일로는 시 주석이 2013년 처음 제창한 '국가대계'로, 동남아시아·유럽·아프리카 등 전 세계를 육상·해상으로 연결하는 경제 협력사업이다. 지난 8월 말까지 전세계 136개국 및 30개의 국제기구와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이 일대일로 구상을 통해 미국 중심의 기존 국제 지정학을 바꾸겠다고 하지만 서방은 중국이 일대일로를 통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이 전 세계에서 지정학적·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이라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현재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은 주로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중동 지역 등 저개발 지역에 집중돼 있다. 이는 중국이 자국 국유은행을 통해 상대국에 자본을 빌려주고 중국 국유기업들이 사업에 참여해 대규모 사회기반시설을 건설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중국이 초기 자본을 대주면서 해당 국가의 시장을 선점한 뒤 중국 기업이 이익을 상당 부분 회수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 일각에서는 중국이 해당 국가의 성장을 끌어내기보다 막대한 채무 부담을 안기며 이득만 챙기고 있다며 중국을 향해 '채권 제국주의'라는 비판을 가하기도 한다.
중국은 주변국들과도 갈등을 빚고 있다. 동남아 국가들과는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을 겪고 있고 서쪽으로 인도와 국경 갈등, 일본과는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 영유권 분쟁 등을 겪고 있다. 한국과도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를 둘러싼 갈등 등으로 복잡하게 엉켜있다.
◆中 "패권 추구 안해" 발표에도 여전히 우려 목소리 높아
시 주석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중국은 패권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중국 외교부도 상호존중과 협력 공영을 특징으로 하는 '신형국제관계'와 '인류운명공동체'를 외교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미국과의 '신형대국관계'도 조율과 협력을 통해 안정과 균형을 도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0주년을 앞두고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해외판인 해외망(海外網)은 특집 기사를 통해 중국이 빠르게 굴기하고 있다면서 외교 파워는 나날이 커지고 있고, 세계 무대 중앙으로 나아가는 데도 가까워지고 있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 발언을 인용해 "중국은 더욱 평등하고 세계 각국과 조화로운 관계를 구축하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해외망은 이어 "오늘의 중국은 중국만의 소유가 아니라 아시아, 더 나아가 세계의 중국"이라면서 "향후 중국은 더욱 개방적인 자세로 세계를 포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중국이 '분발유위' 외교기조 속 핵심이익, 주권 문제에 대해선 절대 양보하지 않을 것이란 공세적인 외교정책을 펼친 게 지금의 미·중 경쟁구도를 격화시켰다는 주장도 나온다. 또 일대일로 구상과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뜻하는 '중국몽(中國夢)'이 대외적으로 중국 위협론을 상기시켰다는 의견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양국 패권대결의 직접적인 원인은 무역갈등이지만 그 뿌리를 보면 집권 2기 2050년까지 세계 최강대국의 영향력을 지닌 지도국가로 부상하겠다는 시 주석의 중국몽과 일대일로가 자리잡고 있어 미·중 간 세력 다툼이 이어진 것이라고 전했다. 신문은 중국 내부에서 시진핑 지도부가 덩샤오핑의 유훈인 도광양회를 너무 일찍 버리고 분발유위를 외친 것이 미국을 자극했다는 자성 섞인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고 덧붙였다.
중국 외교수장인 왕이(王毅)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 3월 베이징(北京)의 양회(兩會,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전국인민대표대회)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중국 외교의 현주소를 요약한 말이다. 남의 간섭을 받지 않고, 정치적 자주권을 갖는 것이 중국 외교의 초석이고, 천하의 주인은 국민이며, 공평과 정의를 견지해 서로 잘 되길 바란다는 의미다. 중국이 건국 이래 지난 70년간 동맹국들과 글로벌 동반자 관계 건설을 지속해서 추진하고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구상에 박차를 가하며 세계 평화와 안전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을 강조한 셈이다.
중국 건국 초기 18개 국가에 불과했던 수교국이 70년 만에 10배인 178개국으로 늘었다. 신중국 건국 60주년과 비교하면 10년 사이에 수교국이 7개국밖에 늘어나지 않았지만, 중국은 양보다는 질적인 발전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최근 '상하이협력기구(SCO)', '중국·아프리카 협력 포럼', '중국·유럽연합 정상회의’ 등을 통해 '1대다(多)' 협력체제를 구축해왔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건국 70주년을 앞두고 미·중 무역전쟁이라는 뜻밖의 악재에 직면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미국에 대항하기 위해 ‘지원군’을 모으는 데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을 앞둔 지난 6월을 '우군 확보의 달'로 정했을 정도다.
중국 외교사를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아프리카다. 1991년부터 중국 외교부장은 새해 첫 순방지로 아프리카를 선택할 정도로 중국은 아프리카와의 관계를 중시해왔다. 아프리카의 풍부한 자원을 확보하고 일대일로 관련 협력을 하는 한편, 미국 등 선진국 위주의 국제 질서를 재편하는 데 필요한 지원군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올해도 어김없이 중국 외교부장이 새해 첫 순방지로 아프리카를 선택했다. 6월 말엔 아프리카 전체 54개국을 베이징으로 초청해 ‘세 불리기’에 나서기도 했다.
중국은 마오쩌둥(毛澤東) 전 주석 시절부터 매년 아프리카 각국에 대규모 무상원조 등에 나섰고 이를 발판으로 제3세계 지도자로 자리매김했다.
중국식 제3세계론은 1970년대에 처음 등장했다. 1974년 당시 중국 국무원 부총리였던 덩샤오핑이 유엔에서 제3세계를 향한 마오쩌둥의 지론을 발표하면서부터다. 기존의 제3세계론은 일반적으로 선진 자본주의 제국을 제1세계, 소련 동구의 사회주의 제국을 제2세계, 개발도상국을 제3세계로 분류했다. 덩샤오핑은 미국과 소련 등 초강대국들을 제1세계, 중국을 포함한 개발도상국은 제3세계, 그 중간에 있는 일본과 유럽을 제2세계로 규정했다.
중국식 제3세계론대로라면 중국은 제3세계 '리더'인 셈이다. 이 전략은 향후 중국이 글로벌 영향력에서 미국을 압박하는 동력으로 작용했다.
국제사회 환경 변화와 함께 중국의 외교정책도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바뀌어 갔다. 특히 1970년대 들어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우호적인 대외 관계가 필수라며 주변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1979년 개혁·개방 이후 중국은 외교적으로 불개입·현상유지 원칙을 천명한 덩샤오핑의 '도광양회(韜光養晦, 조용할 때를 기다리며 힘을 키운다)' 전략을 기반으로 미국 위주의 세계질서를 수용하면서 오직 경제 발전에만 집중했다. 당시 덩샤오핑은 ‘100년간 도광양회의 기조를 유지하라’고 특별히 당부했다. 1989년 6월 4일 톈안먼 사건 이후 서방세계의 중국에 대한 인식이 악화되자 때를 기다리며 힘을 키우라는 뜻이었다.
중국은 1990년대 장쩌민(江澤民)이 주도한 제3세대 지도부가 들어서자, '유소작위(有所作爲, 해야 할 일은 적극적으로 나선다)'를 앞세웠다. 도광양회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어둠 속에서 힘을 기르되, 필요한 역할은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때부터 지속적인 개혁개방으로 어느 정도 대내외적 위상을 갖춘 중국은 국제문제에 관여하기 시작했다. 중국 경제성장에 집중하는 동시에, 국제사회에서 '책임있는 대국' 역할은 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중국은 본격적으로 전방위 외교에 나서기 시작했다. 1991년 베트남·인도네시아와 1992년엔 한국·싱가포르·브루나이와 수교했다. 또 러시아·프랑스·일본·영국·프랑스·캐나다·인도·멕시코·브라질 등과 다양한 차원의 ‘동반자관계’를 맺었다. 상하이협력기구의 전신인 ‘상하이-5’를 창설하고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등에도 적극 참여했다.
이후 2000년대 후진타오(胡錦濤)의 제4세대 지도부가 '화평굴기(和平崛起, 평화적으로 대국화하다)'를 주창하면서 중국은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에 더욱 강력한 도전장을 내밀었다. 국제사회에서 실력을 행사하며 기후변화·테러척결·북핵문제 등 글로벌 이슈 해결에 있어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2008년 본격화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패권이 흔들리자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력을 가진 G2(주요 2개국)로 성장해 아시아와 세계무대에서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행보를 본격화했다.
시진핑 주석이 집권한 이후 중국의 외교 정책은 더욱 공격적으로 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패권 추구를 반대한 덩샤오핑의 도광양회에서 벗어나 해야 할 일을 적극적으로 한다는 '분발유위(奮發有爲)'로 외교 기조가 바뀌어가고 있는 것.
중국은 분발유위를 새 외교 기조로 내세우며 자유무역협정(FTA)·기후변화협약·대외 원조 분야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꾀했다. 미국 등 기존의 대국과는 다른 길을 걷겠다면서 신형 국제관계와 인류운명 공동체 구축을 제창하고,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대국의 역할을 강조한 것이다. 아시아는 물론 유럽까지, 세계 각국이 참여하는 신 실크로드 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 전략을 펼치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구축한 게 대표적인 예다.
◆中, 일대일로 겉으론 '호혜' 실제론 패권 야욕...센카쿠열도 등 주변국과 갈등
'현대판 실크로드'로 불리는 일대일로는 시 주석이 2013년 처음 제창한 '국가대계'로, 동남아시아·유럽·아프리카 등 전 세계를 육상·해상으로 연결하는 경제 협력사업이다. 지난 8월 말까지 전세계 136개국 및 30개의 국제기구와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이 일대일로 구상을 통해 미국 중심의 기존 국제 지정학을 바꾸겠다고 하지만 서방은 중국이 일대일로를 통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이 전 세계에서 지정학적·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이라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현재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은 주로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중동 지역 등 저개발 지역에 집중돼 있다. 이는 중국이 자국 국유은행을 통해 상대국에 자본을 빌려주고 중국 국유기업들이 사업에 참여해 대규모 사회기반시설을 건설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중국이 초기 자본을 대주면서 해당 국가의 시장을 선점한 뒤 중국 기업이 이익을 상당 부분 회수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 일각에서는 중국이 해당 국가의 성장을 끌어내기보다 막대한 채무 부담을 안기며 이득만 챙기고 있다며 중국을 향해 '채권 제국주의'라는 비판을 가하기도 한다.
중국은 주변국들과도 갈등을 빚고 있다. 동남아 국가들과는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을 겪고 있고 서쪽으로 인도와 국경 갈등, 일본과는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 영유권 분쟁 등을 겪고 있다. 한국과도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를 둘러싼 갈등 등으로 복잡하게 엉켜있다.
시 주석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중국은 패권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중국 외교부도 상호존중과 협력 공영을 특징으로 하는 '신형국제관계'와 '인류운명공동체'를 외교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미국과의 '신형대국관계'도 조율과 협력을 통해 안정과 균형을 도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0주년을 앞두고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해외판인 해외망(海外網)은 특집 기사를 통해 중국이 빠르게 굴기하고 있다면서 외교 파워는 나날이 커지고 있고, 세계 무대 중앙으로 나아가는 데도 가까워지고 있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 발언을 인용해 "중국은 더욱 평등하고 세계 각국과 조화로운 관계를 구축하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해외망은 이어 "오늘의 중국은 중국만의 소유가 아니라 아시아, 더 나아가 세계의 중국"이라면서 "향후 중국은 더욱 개방적인 자세로 세계를 포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중국이 '분발유위' 외교기조 속 핵심이익, 주권 문제에 대해선 절대 양보하지 않을 것이란 공세적인 외교정책을 펼친 게 지금의 미·중 경쟁구도를 격화시켰다는 주장도 나온다. 또 일대일로 구상과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뜻하는 '중국몽(中國夢)'이 대외적으로 중국 위협론을 상기시켰다는 의견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양국 패권대결의 직접적인 원인은 무역갈등이지만 그 뿌리를 보면 집권 2기 2050년까지 세계 최강대국의 영향력을 지닌 지도국가로 부상하겠다는 시 주석의 중국몽과 일대일로가 자리잡고 있어 미·중 간 세력 다툼이 이어진 것이라고 전했다. 신문은 중국 내부에서 시진핑 지도부가 덩샤오핑의 유훈인 도광양회를 너무 일찍 버리고 분발유위를 외친 것이 미국을 자극했다는 자성 섞인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고 덧붙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