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남준의 '다다익선'의 2015년 가동 당시 모습 [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은 이날 2022년까지 ‘다다익선’을 원형으로 유지하는 방식으로 복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총 예산 30억원이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30억원 중 내년 확보된 예산은 0원이다. 당국에 요청한 예산 편성안이 이미 거부됐기 때문이다. 내년 편성된 예산이 전혀 없는데도 복원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국회를 통해 내년 예산을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방침인 가운데 ‘다다익선’의 복원이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으로 지속적으로 개보수가 이뤄져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가기관의 경우 일반적으로 예산 당국의 예산 지원이 이뤄진 뒤에야 실행 계획을 발표하지만, 국립현대미술관의 이번 발표는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예산 당국의 눈치를 보느라 편성이 이뤄진 뒤에야 계획을 발표하지만 이번에는 아예 편성에서 제외되면서 국회에서라도 예산을 받아보자는 취지에서 계획을 발표한 것으로 추정된다.
논란을 의식한 예산 당국이 내년 예산안 편성 제외 결정을 한 것이 아니냐는 추정이 나오면서 국회를 통한 우회 예산 확보 노력도 불투명하다는 전망이다.
19일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는 “예산 당국에 계획을 냈을 때는 우선 새 기술을 활용하는 쪽으로 예산을 신청했으나 차후 브라운관 재생 기술을 활용하는 방안으로 복원 방안이 확정되면서 다시 설명하는 과정에서 '방향이 제대로 결정되지 않았는데 예산을 줄 수 없다'는 반응이 나와 편성되지 못했다”며 “복원 계획을 이달에 발표하기로 했고 예산이 필요해 국회에서라도 받기 위해 발표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복원 방식도 논란이지만 복원하겠다는 결정 자체도 논란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의견 수렴 과정에서도 드러났듯이 작품이 서서히 소멸해가도록 두자는 의견과 완전히 해체 보관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김순기 작가의 경우 절대적인 보존이란 불가능하고 정치적·사회적·문화적 우상화가 돼서는 안 된다며, 작품을 그대로 두고 시간이 지남에 따른 과정을 기록해 보여주는 방식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브라운관 재생 방식을 도입해 복원하겠다는 방안은 현재 기술적인 한계 때문으로 해석된다. 현재의 기술로는 시야각을 확보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 확보가 수월하지 않아 우선 브라운관 재생 기술을 활용해 복원하고 차후 시야각이 개선된 평판이나 곡면 디스플레이를 적용할 수 있는 기술적 수준이 되면 신기술을 적용해 복원에 나서겠다는 방침으로 풀이된다.
국립현대미술관의 복원 결정과 원형유지 방식 복원 추진 방침은 희망 사항으로 해석되지만 예산 확보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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