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선물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 금리선물시장은 17일(현지시간)부터 이틀 동안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하루 앞두고 금리동결 가능성을 34.2%로 반영하고 있다. 일주일 전만 해도 동결 전망은 5.6%에 불과했다. 0.25%포인트 인하 가능성은 65.8%로 본다. 지난 7월에 이은 추가 금리인하 전망이 여전히 대세인 셈이다.
CNBC는 금리동결 전망이 강해진 데에는 사우디 사태로 인한 국제유가 폭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국제유가는 16일 하루에만 15% 가까이 치솟았다. 유가 급등이 물가 상승을 부채질하는 상황에서 연준이 서둘러 다시 금리인하에 나서지 않을 수 있다는 시각이 강화됐다는 것이다. 연준은 물가안정과 완전고용을 정책 목표로 삼는데, 고용 목표는 이뤘지만 목표치인 2%를 밑도는 물가상승률이 부담이었다.
연준은 7월 FOMC에서 2008년 금융위기 후 10년 7개월 만에 처음으로 0.25%포인트 금리를 인하했다. 당시 금리인하 결정의 배경으로 무역 불확실성, 글로벌 경기둔화, 미약한 인플레이션 등을 꼽았다.
지난 8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대비 0.3% 올랐고, 전년 동기 대비로는 2.4% 올랐다. 근원 물가는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 등을 제외한 물가로 연준이 주시하는 물가지표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인플레이션은 없다"고 단언하면서, 유가 급등을 이유로 연준에 공격적 금리인하를 압박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달러가 어느 때보다 높다! 수출에 정말 나쁘다"라며, "설상가상 유가가 뛰었다. 큰 폭의 금리인하가 필요하다. 부양책 말이다!"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부터 연준에 금리를 제로(0)나 마이너스(-)까지 내려야 한다며 과감한 부양책을 압박해왔다. 유가 폭등과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돼 글로벌 경기둔화가 심화할 수 있다는 관측 속에서 유가 상승이 금리인하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기폭제가 된 셈이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들은 연준이 이번 주 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것이라는 종전의 전망을 고수하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사우디 사태에 따른 유가 급등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향후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한 보험성 금리인하를 뒷받침한다는 이유에서다. 또 정책위원들이 사우디 사태가 터지기 전에 이미 금리 전망을 제출했기 때문에, 시시각각 변하는 사우디 사태를 이유로 갑자기 전망을 바꾸는 것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더욱이 월가에서는 사우디 사태가 국제 원유시장에 단기 악재로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이번 사태가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부상한 미국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될 것으로 본다.
줄리아 코로나도 매크로폴리시퍼스펙티브스 회장은 "사우디 사태의 주된 효과는 지정학적 환경이 얼마나 취약하고 불확실한지를 일깨웠다는 점"이라며, "리스크 관리란 점진적으로 움직임으로써 과잉 대응하거나 뒤늦게 허둥지둥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신중하게 행동에 나서고 추가 정보를 평가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유가급등이 연준의 정책결정에 딱히 변수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칼 리카돈나 블룸버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눈은 유가 그 너머를 향할 것"이라면서 "유가는 사실 연준의 정책 계획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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