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초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IFA 2019'에서 한 차례 기싸움을 벌인데 이어, 이번에는 국내에서 같은날 나란히 설명회를 열고 반박과 재반박을 반복했다.
◆ 삼성 "CM은 1927년 개념···새 기준 필요"
삼성전자는 17일 오후 서울 서초 삼성전자 R&D캠퍼스에서 '8K 화질 설명회'를 열고 "8K TV의 화질은 화소수뿐만 아니라 밝기, 컬러볼륨 등의 광학적 요소와 영상처리 기술 등 다양한 시스템적 요소를 고려해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LG전자가 불을 지핀 CM값은 시대착오적인 기준이라고 비판했다. CM은 1927년에 발표된 개념으로, 초고해상도 컬러 디스플레이의 평가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화소수를 세기 어려운 디스플레이나 흑백 TV의 해상도 평가에 사용되던 기준이란 설명이다.
실제 국제디스플레이계측위원회(ICDM)는 지난 2016년 5월 "CM은 최신 디스플레이에 적용하기에는 불완전하기 때문에 새로운 평가 방법이 필요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후 대부분의 TV 평가 단체나 전문 매체 등은 화질을 평가하는 요소로 CM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게 삼성전자 측 주장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이날 시연을 통해 LG 8K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가 8K 콘텐츠를 제대로 구현하지 못한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8K 이미지 파일과 8K 동영상을 띄운 결과 삼성전자의 제품에서는 정상적으로 영상이 재생된 반면 LG전자 TV에서는 화면이 깨지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LG전자 제품의 경우 8K협회의 표준코덱(HEVC)을 지원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삼성전자 측은 설명했다.
LG전자를 향한 날선 목소리도 나왔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조성혁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영상전략마케팅팀 그룹장(상무)은 "8K TV 시장이 성숙되면서 사람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모멘텀인데 (LG전자의 비방이) 점점 더 노골적이고 직접적으로 퍼져 소비자들이 오해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대응 배경을 설명했다.
앞으로도 LG전자와의 화질 논란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지도 나타냈다. 그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업체끼리 비방하며 점유율 경쟁하는 일이 안타깝다"면서도 "앞으로도 소비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알려드리며 저희 할 바를 다 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이날 오전 삼성전자에 앞서 서울 여의도 'LG 트윈타워'에서 '디스플레이 기술설명회'를 연 LG전자는 "삼성전자가 2016년 4K TV 출시 당시에만 해도 CM값을 패스(Pass) 혹은 페일(Fail)의 기준이 아니라 선명도의 정도로 반드시 표기하자고 강조해왔다"며 "이제 와서 다른 기준을 제시하는 것은 우수운 일"이라고 일축했다. 당시 삼성전자가 UHD TV를 출시하며 CM값이 95%라고 주장했고, 해상도에는 픽셀수 외에 CM값이 중요하다고 스스로 광고를 했다는 것이다.
또 ICDM의 2016년 의결 및 업데이트 사항 자료를 근거로 "새로운 픽셀 구조를 가진 디스플레이에도 기존 CM을 통한 해상도 측정 방식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삼성전자를 포함한 당시 회의 참석자들이 모두 동의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LG전자는 이날 설명회에서 삼성 8K TV를 통해 밤하늘 영상을 보여주면서 "별빛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한 뒤 "CM값이 국제 표준에 미달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삼성 TV 뒷면을 해체해 디스플레이 구조를 보여줬다. 그러면서 "QLED TV가 QD필름을 추가한 LCD TV에 불과하며, LCD의 기술적 한계를 그대로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가 8K는 새로운 개념의 TV인 만큼 새 기준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픽셀 구조가 다를 경우 새로운 측정방법을 도입해야 하지만 4K와 8K는 픽셀 구조가 똑같기 때문에 새 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주도해 만든 8K협회가 최근 내놓은 8K TV 기준에 대해서도 "최소 요구조건으로 픽셀만을 기준으로 잡았는데, CM값을 표기하지 않으면 국제 표준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라며 "이미 ICDM 등에서 세부적인 기준을 마련해 뒀는데 따로 8K협회에 가입할 필요성은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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