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지난 7월 미국 LA 한인역사박물관 소장 역사자료를 조사하던 중 초대 주미공사 박정양(1841~1905)의 친필편지를 발견했다. 편지는 1888년 6월 12일 박정양이 조선에 파견된 미국인 육군교사(군사교관) 리에게 보낸 것으로 박정양의 미국생활을 기록한 ‘미행일기’에 따르면, 앞서 1월말 육군교사로 파견을 앞둔 리 일행이 주미공사관을 방문해 박정양과 파견인사를 나누었다. 이후 박정양은 리 일행의 조선 도착 사실을 확인하고 외교 현안에 대한 당부와 함께 안부편지를 보낸 것이다.
이번 박정양 편지는 ‘19세기말 조선이 근대식 군대설치를 목적으로 사관 양성 등을 담당할 연무공원(1888~1894) 설립과정에서 미국 국무부 추천으로 미군 출신 군사교관을 배치했다’는 역사적 사실과 관계가 깊다. 박정양은 이들 군사교관 일행이 조선으로 떠나기 전 주미공사관에서 접견하고, 조선에 도착한 이들에게 재차 편지를 전해, 조선의 근대화를 위한 미국 측의 협조에 감사 인사와 함께 당부를 전하는 등 세심한 외교적 노력을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편지는 재미동포 고 맹성렬 씨(2014년 별세)가 2005년 온라인 경매를 통해 수집한 것으로, 올 5월 유족을 통해 다른 수집품들과 함께 LA 한인역사박물관에 기증된 것이다. 재단은 올 7월 동국대 한철호 교수(역사교육과)와 박물관 소장 역사자료를 조사하던 중 이를 발견, ‘현존 유일한
박정양 공사의 주미공사관 재직시절 친필편지’임을 확인했다.
이 자리에서 편지를 재기증한 박물관의 민병용 관장은 “대한민국 문화재청이 워싱턴 D.C.에 옛 공사관 건물을 구입해 재단과 함께 복원.개관한 사실은 재미한인사회 입장에서 역사적인 일이며,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박정양 초대 주미공사의 편지는 한인역사박물관 보다 문화재청에서 소장하는 것이 더 의미가 크다고 판단해 재단에 기증하게 됐다”고 밝혔다.
박정양 친필편지를 확인한 한철호 교수는 “박정양 공사 친필편지는 당시 외교활동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현존 유일본으로 희소가치가 클 뿐 아니라, 현지에서도 활발한 서신왕래를 통해 대미 외교노력을 기울였다는 역사적 사실을 잘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박정양 친필편지는 국립고궁박물관에 기탁보관 중으로 재단은 워싱턴 D.C. 주미대한제국공사관에 박정양 친필편지의 정밀 사본을 보내 전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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