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문정훈 서울대 교수 "한반도 돼지 전멸할 수도…국가재난사태 선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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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기자
입력 2019-09-18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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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사율 100% 강력한 방역만이 유일한 해결책

  • 8조에 달하는 양돈업 유관산업 붕괴위험 있어

"한반도 전체에 있는 돼지가 다 사라질 수도 있다. 정부는 국가재난사태 수준으로 경계를 강화해야 한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공포가 시시각각 커지고 있다. 경기도 파주시에 이어 연천군에서도 ASF 사례가 확인되면서다. 식품전문가인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푸드비즈랩 교수는 18일 아주경제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ASF의 추가확산은 재앙 수준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대학 유일의 식품 및 외식·농산업 비즈니스 연구소인 푸드비즈랩을 이끄는 문 교수는 아프리카돼지열병 사태는 과거의 전염병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경고했다. 8조 원에 달하는 양돈산업뿐만 아니라 수십조에 달하는 연관 산업, 또 서민경제까지 무너뜨릴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 질병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국가재난사태를 선포해야한다고 주장했는데, 배경은 무엇인가?

- ASF는 치사율이 100%에 달하는 질병이다. 구제역이나 조류인플루엔자와는 차원이 다르다. 기존의 방역 체계로는 어쩌면 전혀 막을 수 없는 질병일 수도 있기 때문에 정부가 '준전시'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과감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한반도에 있는 돼지가 다 없어질 수도 있다. 이때 생겨나는 도미노 효과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양돈업은 생산액 기준으로 2016년부터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식품 산업이다. 규모는 무려 8조에 육박한다. 게다가 양돈업이 무너지면 사료 산업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돼지고기 가격의 급등으로 삼겹살, 돈가스 등의 소비가 줄면 외식산업까지 붕괴할 수 있으며, 이어 서민경제에도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게 된다.

게다가 돼지고기 소비대국인 중국에서도 ASF 발생한 만큼 전 세계적으로 돼지고기의 가격상승은 불가피하게 된다. 서민들의 주요 단백질 공급원 중 하나였던 돼지고기를 잃게 되는 것이다.

이미 한국에서 2건의 ASF가 확인됐다. 지금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 지금 단계에서는 원인을 파악하는 게 아니라 강력한 '방역'에 집중해야 한다. 이게 유일한 해결책이다. 정부는 국가재난사태를 선포하고 지나치다고 생각될 정도까지 방역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ASF 발병 농장 수십 킬로 내 돼지 전수 살처분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ASF 발병농장 출입했던 사료·분변 차들이 방문한 적이 있는 농장들 무조건 한 달 동안 폐쇄, 해당 농장의 돼지 전수 살처분하는 것이다. 이외에도 ASF 매개체가 되는 멧돼지의 개체 수 줄이기, 잔반사료 금지, 농장 내 외국인 노동자의 비중 줄이기, 공항 및 항만 내 검역 수준 최고 수준 강화 등의 조치 등을 취할 필요가 있다.

제안한 것들이 지독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이렇게 초동 진압을 확실하게 하지 못하면, 더 큰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다

일부 동물보호단체에서는 최근 전염병 확산의 원인이 공장식 밀집 사육이라고 주장한다

- 정말 위험한 생각이라고 본다.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동유럽 쪽에서 멧돼지와 개체 수와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률 간의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보인다. 지금 ASF 사태는 동물 복지와는 관계가 없는 것이다. 지금도 검역본부에서는 오히려 동물들을 축사 안으로 넣으라고 농가에 이야기하고 있다. 이것은 위생의 문제가 아니라 바이러스 확산의 문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이러스로부터 동물들을 격리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방역체계는 어떻다고 보나

이전보다는 방역 시스템이 좋아졌다. 특히 민간에서 농장주들은 여러 차례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 등의 전염병을 겪으면서 방역에 대한 투자를 늘렸다. 그 때문에 국가가 강력한 방역시스템을 가동하고 과감한 조처를 한다면 이전보다 방역의 성과가 좋을 것으로 본다. 방역의 기본은 외부환경과의 차단이다. 이 원칙을 명심하고, 더는 바이러스가 확산하지 않도록 총력을 다해야 한다.

 

[사진=문정훈 교수 페이스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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