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이 장면을 놓고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하지만 이는 ‘각성수술(Awake surgery)’을 보여주는 한 장면.
각성수술이란 이처럼 뇌의 중요 부위를 수술할 때 환자를 수술 중간에 깨워 환자의 신경학적 증상을 확인하면서 진행하는 수술을 말한다. 간단히, 깨어있는 환자와 대화를 하거나 환자의 행동을 확인하면서 진행하는 뇌수술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윤완수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각성수술의 목적은 환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신경학적 손상 이내에서 종양을 제거하는 데 있다”며 “만약 환자가 양궁선수이고 본인이 언어기능은 포기하더라도 활쏘기 기능은 유지되기를 원한다면, 그리고 그 타협점을 의사와 환자가 동의했다면 드라마 장면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고 했다.

윤완수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사진=인천성모병원]
▶각성수술이 필요한 이유
넓은 의미에서 국소 마취 하에 진행하는 모든 수술이 각성수술에 포함될 수 있다. 하지만 대개는 뇌종양 수술 중 환자를 각성 상태로 만들어 브레인 매핑(brain mapping, 뇌 지도화)을 거친 후 종양을 제거하는 것을 각성수술이라고 한다.
각성수술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위치에 따른 뇌 기능이 100% 동일하지 않다는 점에 있다. 사람의 뇌는 발달을 하는 동안 학습, 기억, 경험 등을 거치며 각각의 뉴런(neuron, 신경세포)이 연결되면서 체계화돼 완성된다. 하지만 각 개인별로 뇌의 발달 과정이 다르기 때문에 뇌의 각 영역의 기능이 비슷할 수는 있어도 동일하지는 않다. 특히 인지 및 언어기능과 같은 상위 뇌기능은 각 개인별로 많은 차이를 보인다.
뇌종양 중 신경 교종은 정상 뇌 조직에 침윤을 보이고 경계가 모호한 경우가 많아 대부분 각성수술이 필요하다. 또한 일부 전이성 종양이나 혈관종도 중요 신경에 인접하는 경우에는 각성수술을 시행한다.
▶각성수술의 장단점
각성수술은 브레인 매핑 후 종양 주위의 뇌 기능을 확인한 뒤 종양을 제거한다. 이때 브레인 매핑은 개인별로 차이를 보이는 뇌 기능을 전기 자극을 통해 직접 확인하는 과정으로, 경계가 모호한 신경 교종을 제거할 때 종양 주위 신경기능을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각성수술은 또 종양과 신경학적 기능의 손상 사이에서 타협점을 결정할 수 있다. 신경 교종의 경우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넓은 범위까지 종양을 제거해야 한다. 하지만 종양 제거 후 영구적 신경기능의 장애는 누구도 원치 않는다. 다행히 수술 후 신경학적 장애를 보인 많은 환자에서 재활 치료 등을 통해 장애가 일부분 회복된다. 따라서 종양 제거 중 일부 신경학적 장애가 나타나더라도 이것이 향후 재활치료를 통해 회복될 수 있을 정도이거나 종양을 더 제거하는 것이 환자에게 더 이득 된다고 판단된다면, 종양을 더 광범위하게 제거할 수 있다. 이처럼 종양의 제거와 신경학적 손상 사이에서 타협점에 대한 판단은 각성수술 시에만 가능하다.
윤완수 인천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뇌종양이 처음 발견됐을 때 의사는 대개 종양의 치료 방법에 대해 고민하지만, 환자나 보호자는 정상적인 뇌기능이 유지될지에 더 많은 걱정을 한다. 악성 뇌종양을 진단 받았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사망에 이를 때까지 사람답게 살기를 원한다. 기억력이 유지되고 가족과 웃고 이야기하며 혼자서 활동하기를 바란다. 또 뇌암
윤 교수는 이어 “각성 수술은 환자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이는 연령이나 성별과 상관없다”며 “수술 과정이 두렵고 수술 중 깨어 있는 것이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를 줄 수 있지만, 뇌수술 후 최소한의 후유증과 빠른 회복은 각성수술을 통해서만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각성수술의 진행
각성수술은 수술 전 환자와 보호자에게 각성 수술의 필요성과 장단점을 충분히 설명한 후 환자의 신경학적 기능(운동기능, 감각기능, 언어, 기억력, 공간인지, 정신화, 집중력, 인지기능 등)을 전체적으로 미리 확인하고 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데서 출발한다.
이후 수술 하루 전날, 수술 중 확인이 필요한 신경학적 기능을 재확인하고 수술의 진행과정에 대해 환자에게 설명하고 미리 연습을 시킨다. 수술은 수면 또는 전신마취 하에서 시작하고 뇌를 완전히 노출 시킨 후 환자를 깨우게 된다. 환자가 충분히 각성상태에 이르면 뇌의 전기 자극을 통해 브레인 매핑을 먼저 시행해 수술 부위의 뇌 기능에 대해 확인한다.
이후 종양의 위치와 브레인 매핑의 결과를 비교해 종양 제거 시작 부위를 결정하고, 이어 종양을 제거하면서 신경학적 기능의 변화 여부를 확인한다.
종양 제거 중 신경학적 기능이 일부 변화를 보이면 수술을 멈추고 환자에게 이를 설명 후 종양의 추가 제거여부를 결정한다. 종양 제거술이 완료되면 환자를 다시 수면 또는 전신마취 시키고 수술 부위를 봉합하고 마무리한다.
윤완수 교수는 “우리의 얼굴이 각자 다른 것처럼 뇌의 기능과 관련된 영역은 아직 일반화 할 수 없다. 아직도 미지의 영역이다”며 “최근에는 뇌의 기능을 dynamic concept(동적인 개념)로 바라보고, 각각의 영역에 대한 이해보다는 connectome(커넥톰, 한 개체 내 신경계 안에 존재하는 모든 신경 세포들이 서로 연결된 연결망에 대한 전체적 지도)으로 뇌를 이해하려고 한다. 이런 관점에서 각성수술은 신경학적 후유증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매우 유용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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