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실적 악화··· 꺾일 일만 남았다?
올 상반기 시중은행들이 8조70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자이익도 지난해 하반기에 이어 20조원을 넘기며 실적 호조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속내를 살펴보면 사정은 다르다. 순이자마진(NIM)이 꾸준히 떨어지면서 경영 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상반기 국내 은행 영업실적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은행 이자이익은 20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9조7000억원)보다 4.8% 증가했다.
결국, 은행 이자이익이 증가한 것은 대출채권 등 운용자산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일 뿐 예대금리 차가 줄어들수록 이자이익은 쪼그라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은행 총자산순이익률(ROA)과 자기자본순이익률(ROE)도 각각 0.67%, 8.64%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02% 포인트, 0.21% 포인트 하락했다. 자산은 증가했지만, 당기순이익 증가폭은 상대적으로 낮았다는 의미다.
보험사는 더욱 심각하다. 올 상반기 생명보험사의 당기순이익은 2조1283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1487억원) 대비 32.4% 감소했다. 손해보험사의 상반기 당기순이익도 1조485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조1069억원)보다 29.5% 줄었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내수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실손·자동차보험 손해율 급등 등 보험 업황 자체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저금리 영향까지 겹친 탓이다.
특히 안정적인 채권 투자로 수익을 내는 생보사들의 타격이 크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국내 24개 생명보험사의 평균 운용자산이익률은 3.43%다. 지난해 말부터 약 7개월간 3.6%대를 유지해왔으나 최근 들어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문제는 앞으로다. 올해 1차례, 내년 상반기 1차례 기준금리 인하가 전망되면서 순이자마진은 줄어드는데 정부 정책은 갈수록 강력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강력한 대출 규제와 인위적 금리 인하 정책, 새로운 예대율 규제 및 국제회계기준(IFRS17),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 등을 추진하고 있어 금융사의 경영 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글로벌 저금리 기조에 해외투자상품도 위험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가 저금리 기조를 이어가면서 해외투자상품 손실 우려도 커지고 있다. 손실 확대는 수수료 수익과 자산운용 수익 등이 줄어들기 때문에 금융사의 실적과도 직결된다.
논란이 되고 있는 해외금리연계형 파생결합증권(DLS)이 대표적이다. 19일 만기가 된 독일 금리 연계 상품의 손실률이 60%로 확정됐고, 향후 글로벌 저금리가 계속되면 추후 만기 상품은 더 큰 손실이 우려되고 있다.
문제는 DLS 이외에도 환율과 금리, 국내외 주가지수와 연동된 파생형 사모펀드를 판매한 금융사들이 많아 '제2의 DLS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올 상반기 기준 파생형 사모펀드 설정액은 32조3252억원에 달한다. 4대 금융그룹 판매분만 10조원을 넘었다.
고금리 저축성보험을 대거 판매한 생보사도 실적 악화에 비상이 걸렸다. 보험계약자에게 과거 판매한 확정 금리를 돌려줘야 하는데 운용자산이익률이 과거 5%에서 3%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해외투자로 수익률을 올리고 싶어도 해외투자 비중이 총자산의 30% 이내로 제한돼 있어 늘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처럼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DLS로 시작된 파생형 사모펀드 손실 사태가 주가지수, 환율, 원자재, 국내 주식 연계 상품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글로벌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악재까지 반복되면서 금융사들의 수익이 갈수록 나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저금리로 인해 파생상품이나 외화보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으나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높아 제2, 제3의 DLS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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