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주의 작가로 잘 알려진 박정희씨는 지난 9일 펴낸 책 <이이효재> 서문에 이같이 적었다.
책의 부제는 '대한민국 여성운동의 살아있는 역사'다.
박 작가는 이 책에서 "'한 송이 꽃이 피어날 때 모든 곳에 봄이 온다'는 어느 영성가의 말처럼 이이효재 선생님은 이 땅의 여성들이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 만큼 찬바람이 쌩쌩 불던 동토에서 태어나 가장 먼저 꽃을 피우고 봄의 소식을 알린 분이었다"고 밝혔다.
1924년생 가부장제가 완연했던 식민지 조선에서 태어나 올해로 96세를 맞은 고령의 이 선생에게 남녀평등은 평생의 숙원사업과도 같은 것이었다.
박 작가는 대학에 다니던 시절 이 선생의 책을 읽고 감명을 받아 여성주의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그러던 중 지난 2003년 진해의 작은 도서관에서 봉사 활동을 하던 이 선생과 처음 대면했고, 근대 한국 여성사를 들을 수 있었다. 이후 미국 유학길에 오르고, 자녀들을 키우며 정치인 남편의 뒷바라지를 하던 중에도 내내 갖고 있던 이 선생의 구술을 16년이 지난 지금, 비로소 책으로 펴낸 것이다.
책 집필에 힘을 북돋워주고 응원해주었던 사람은 바로 남편 김한정 의원(더불어민주당, 남양주을)이다.
김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블로그에 부인의 신간을 소개하며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김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께 책을 선물 드렸다"며 "남녀평등 위해 일생을 바친 1세대 여성운동가 이이효재 선생님, 그리고 여성주의 작가 박정희님, 감사하고 응원한다"고 적었다.
전북 정읍에서 4녀 2남의 장녀로 태어난 박 작가는 서울대 재학 시절 동기였던 김 의원과 결혼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마지막 부속실장'으로 잘 알려진 김 의원은 김대중 정부 당시 국가안전기획부장 대외협력보좌역과 청와대 제1부속실장 등을 지냈다.
1982년 서울대 경제학과에 입학, 독재정권에 대항해 반대운동에 나선 김 의원은 대학 3학년 시절부터 경찰의 주요 감시대상이 됐다. 4학년 때엔 불법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됐고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나기도 했다.
그런 김 의원의 모습을 고스란히 지켜본 박씨는 지난 2017년 개봉한 영화 '1987'을 보며 시종일관 오열했다. 영화 속 고(故) 박종철 열사의 모습에 남편 김 의원의 모습이 겹쳐진 탓이다.
김 의원에게 수배령이 떨어진 때 경찰은 당시 대학동기였던 아내 박씨의 자취방을 급습, 소지품을 압수해 가기도 했다. 그럼에도 박씨는 김 의원이 구치소에 갇혔을 때 묵묵히 옥바라지해준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김 의원이 서른 살을 넘겨 늦깎이 미국 유학을 떠날 때에도 박씨는 남편을 묵묵히 응원했다. 뱃속에는 둘째 아이를 품은 채였다.
평등부부로 30여년을 살아온 김 의원 부부는 서로에게 든든한 정치적 동지이자 동반자다. 지역구인 남양주 관내 행사나 봉사 현장에는 두 사람이 늘 손을 잡고 함께 참석한다.
여성이 권리를 인정받고 남성과 동등한 기회를 보장받는 세상을 구현하는 데 자신의 집필 활동과 더불어 남편 김 의원의 의정 활동이 밀거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그는 "두 딸의 엄마로서 딸들이 본보기로 삼을 만한 우리나라 여성들을 탐구하고 널리 알리는 데 주력하고 싶다"고 소망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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