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윌리엄메리대 김경희 교수 "교육이 바뀌려면 엄마들이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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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이 기자
입력 2019-09-24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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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면서 가장 중요한 교육.
매년 새로운 교육 정책들이 바뀌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이 시대에 못 맞춰가고 있다는 지적들이 계속 나온다.
그런데 왜 오랫동안 교육이 바뀌지 못하는 걸까?
미국 윌리엄메리대 김경희 교수는 "교육이 바뀌기 위해서는 일단 엄마들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김경희 교수의 인터뷰를 통해 교육이 바뀌지 못하는 이유 그리고 앞으로 교육이 나아갈 길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사진= 김호이 기자/ 윌리엄 메리대 김경희 교수]

Q. 교육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A. 제가 사범대학을 나온 후 중·고등학교에서 영어교사를 했을 때 아이들에게 영어를 즐겁게 가르쳐주고 싶어서 팝송이나 야외 활동을 통해 가르쳤어요. 그런데 교장 선생님과 교감 선생님께서 그런 방식을 싫어하는 거예요. 그때 '전체적인 풍토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아버지께서는 집안 사정으로 초등학교 2학년도 마치지 못하고 학교를 그만두셨고 어머니는 6·25 전쟁 때문에 남동생 4명을 키운다고 4학년도 마치지 못하고 그만두셨어요. 
두 분 모두 가난으로 인해 교육을 받지 못하셨기 때문에 '내가 어떻게 하면 그런 친구들을 도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다가 교육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Q. 김경희 교수의 학창시절의 교육과 현재의 교육에 있어서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경쟁심이 너무 심해졌어요. PISA라는 전세계 만 15살짜리 아이들이 3년마다 보는 시험이 있는데 그 설문지 내용에 보면 우리나라 15살 학생들은 러시아, 체코, 슬로바키아 다음으로 남이 잘되는 것을 싫어한다는 거예요. 이유가 '네가 잘살면 내가 못살게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그걸 보고 정말로 심각하다는 걸 느꼈어요. 혁신은 절대 혼자서는 못해요. 서로의 전문성을 교류해서 혁신을 이룰 수 있는 건데 남 잘되는 걸 배 아파하면 우리나라에는 더 이상의 미래가 없는 거예요.

Q. 우리나라에서 스티브 잡스와 같은 창의적인 인재가 나오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공부를 하는 이유를 가르쳐주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이 꿈이 없다는 게 첫 번째 이유예요. 창의적인 사람들은 큰 꿈들을 가지고 있거든요. 두 번째로는 남의 눈을 의식하면 절대 창의적일 수 없어요. 아이들은 무조건 윗사람 말을 잘 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을 남한테 말할 수 없는 거예요. 만약 부모와 선생님이 무언가를 시켰을 때 이유를 말하고 안 하고 싶다고 하면서 다른 걸 하고 싶다고 해야 하는데 그렇게 못하잖아요. 마지막으로 남이 하지 말라고 해도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해야 창의력이 개발되는데 우리는 무조건 외우게 하니까 체험과 체득의 기회가 없어요. 때문에 우리 교육은 전문성을 쌓을 수 없는 거예요.

Q. 김경희 교수께서는 어떠한 교육을 받아오셨나요?
A.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첫 시험을 봤는데 산수를 100점 중에서 30점을 받았어요. 그런데 그 점수를 엄마가 보시더니 아무것도 공부한 게 없는데 이걸 어떻게 맞았는지 물어보시는 거예요. 그래서 설명을 했더니 엄마가 너무 자랑스러워하시는 걸 보면서 하나 더 맞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당시에는 학원에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구슬치기를 하면서 더하기 빼기를 체득했어요. 그때의 저는 공부를 하려기보다 재미있으니까 저절로 배우게 됐죠.

Q. 김경희 교수가 생각하는 교육의 본질은 무엇인가요?
A. 모든 아이는 모두 다른 성격과 적성, 호기심, 관심, 재능을 가지고 태어나요. 그 다른 부분을 찾은 후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잘하도록 해서 우리나라와 민족과 세계를 위해서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교육의 본질이에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어요.

Q. 미국에서 창의력을 위한 연구들을 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는데 우리나라가 아닌 미국에서 이러한 연구들을 해나가고 계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A. 저는 한 달에 6시간만 학교에 가요. 나머지는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배운 것들을 남한테 가르쳐주고 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수업도 많이 해야 하고 회의도 많이 하기 때문에 교수들이 연구할 시간이 없어요. 또 제가 한국에서 석·박사를 했는데 미국에 가보니까 우리나라에서 미국의 30년 전 것들을 배우고 있던 것이더라고요. 이것이 제가 미국에서 연구를 하는 이유 중 하나예요.

Q. 혁신의 원천이 창의력이라면 창의력의 원천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호기심이에요. 호기심을 살려야 해요. 더 알고 싶어서 물으면 답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답을 같이 찾도록 하는 게 중요해요.
 

[사진= 김호이 기자/ 인터뷰 장면]

Q. 교육 혁신에 대한 말들이 많이 나오는데 몇십 년 동안 바뀌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A. 우리나라의 풍토는 동양문화인데, 동양문화에는 유교와 시험 위주, 능력주의가 있어요. 공부 잘하면 성공한다는 거예요. 유교를 보면 기술이나 과학이나 장사하는 건 중요하지 않고 학자가 사회적 지위가 제일 높아요. 이렇듯 유교는 공부 잘하는 게 제일 우선이에요. 그래서 개인차는 무시하고 열심히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이런 풍토를 바꾸려면 아이가 어릴 때부터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를 찾아서 그걸 잘하도록 하는 게 중요해요.

Q. 마지막으로 창의적인 아이들로 만들고 싶어 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A. 상상력을 키워야 해요. 상상력을 키우려면 먼저 꿈을 크게 갖게 해야 하고, 호기심을 격려해야 하고, 쓸데없는 생각들을 많이 하게 해야 해요. 비현실적인 생각, 공상을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해요. 오늘의 공상이 내일의 현실이 된다는 말이 있어요. GPS나 드론 같은 것도 공상에서 나왔잖아요. 그리고 전문성을 길러야 하는데 먼저 적성에 맞게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해야 하는 것은 물론, 배운 걸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해요. 또 전문성을 교류할 수 있어야 해요.

그 다음에는 비판력인데 무언가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철저히 평가를 할 줄 알아야 해요. 예를 들어 누군가에게 어떠한 말을 들었을 때는 그걸 무조건 믿는 게 아니라 그걸 말하는 사람이 전문성이 있느냐 없느냐를 의심해봐야 해요. 마지막으로 남을 설득할 수 있는 설득력이 필요하다고 봐요.
 

[사진= 김호이 기자/ 김경희 교수와]


-김호이의 사람들-
인터뷰: 김호이
기사 작성 및 수정: 김호이/ 김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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