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고의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23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옛 삼성물산 대주주로서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 국민연금을 압수수색한 점에 비춰 수사가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부정 의혹'이라는 종착점을 향해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이복현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전북 전주시 덕진구에 있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2015년 7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하기로 결의할 당시 판단 근거가 된 보고서 등 관련 문건을 확보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이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국민연금을 압수수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과거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검찰 특별수사본부와 박영수 특검이 2016년 11∼12월 연달아 국민연금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검찰은 국민연금이 지난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원활히 하기 위해 제일모직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의 기업 가치를 의도적으로 높게 책정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삼성바이오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콜옵션 부채가 2012~2014년 회계에 반영되지 않으면서 이 부회장 지분이 높은 제일모직이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된 상태에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이뤄졌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이들 회사 합병은 2015년 7월 주주총회에서 옛 삼성물산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찬성하면서 이뤄졌다.
당시 국민연금은 제일모직이 보유한 삼성바이오 지분(46.3%) 가치를 6조 6천억원으로 추산하고,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 비율(1:0.35)에 찬성했다. 제일모직 대주주였던 이 부회장은 이를 계기로 삼성그룹 지주회사 격인 삼성물산의 최대 주주가 됐다.
외관상 검찰 수사는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을 캐고 있지만, 본질은 삼성 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바이오 회계 변경, 유가증권시장 상장으로 이어지는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의 부정의혹을 규명하려는 것으로 평가된다.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인 검찰은 회계사들로부터 "삼성이 주문한 대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 1:0.35가 정당하다'는 보고서 내용을 작성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이런 보고서는 국민연금 등 주주들의 판단 근거가 됐다.
한편 대법원은 지난 8월 국정농단 상고심 선고에서 이 부회장 뇌물의 대가가 당시 삼성그룹의 최대 현안이던 승계작업에 대한 청와대와 정부의 도움이고,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에 '묵시적 청탁'이 성립했다고 봤다.
이 부회장의 항소심은 "승계작업이란 '부정한 청탁'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이 부회장의 일무 뇌물공여액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 판결 이후 삼성 최고위급을 향한 검찰 수사가 탄력을 받을 거라는 분석도 나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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